얼마 전 농림부장관은 “이르면 2005년부터 도시민의 주말농장용 농지 구입을 900평까지 허용하고, 농지에 집이나 공장을 지을 때 면적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혹자는 농산물 수입 개방으로 성난 농심을 달래려는 정책이라고 한다. 이유야 어찌됐던 좋다. 2003년 정부는 도시민이 주말농장용으로 약 303평 미만의 농지를 구입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경자유전의 원칙을 깼다느니, 토지 규제를 확실하게 풀었다느니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어디 시골에서 눈 씻고 찾아봐도 3003평짜리 자투리땅을 구할 수 있는지. 이를 두고 국민을 우롱하는 빛 좋은 개살구 정책이라고 하는 걸까? 요즈음 도시민의 900평 농지 소유 허용을 위한 법 개정을 둘러싸고 관련 기관은 물론, 각 단체들마다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찬성하는 쪽은 농촌으로 도시 자본을 유치하여 농촌 경제를 살리자는 것일 게고, 반대하는 쪽은 난개발과 투기바람을 우려하는 것일 게다. 얼마 전 영월군 수주면 50여 호 사는 촌락을 방문한 적이 있다. 젊은이들은 찾기 힘들고 60을 훨씬 넘긴 노부부만 농사를 지으면 사는 평범한 곳이었다. 심지어 농민후계자의 나이, 아니 연세라는 표현이 걸맞겠다. 50을 훨씬 넘겼으니 말이다. 문제는 두세 집만이 자기 땅에 농사를 짓고 나머진 소작농이라는 것이다. 그럼 그 땅이 누구 소유일까? 답을 안 해도 자명한 이치다. 규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를 피하려는 각종 편법이 난무할 뿐이다. 자, 지금부터라도 난개발이나 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대책 수립과 아울러 규제를 실질적으로 풀어야 한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 아닌,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가 살려는 사람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