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원주택라이프



[미술관에 지은 집] 공간구성 아이디어가 넘치는 아산 228.0㎡(69.0평) 복층경량 목조주택

2012-03-23

낮은 산자락이 부지를 감싸 안아 아늑하다. 화가였던 건축주 아버지의 작업실이 있던 곳이다. 아버지의 작업실은 현재 미술관으로 운영하 고 있으며, 건축주는 3년 전 미술관 옆에 목조주택을 지었다. 흰색과 크림색 외벽에 붉은 지붕을 올렸다. 내부는 천연 원목을 사용해 산뜻 하고 흰 페인트로 칠한 벽면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정원 또한 건축주 부부의 정성이 담뿍 담겨 겨울임에도 쓸쓸하지 않다. 건축정보 ·위 치 :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건축면적 : 228.0㎡(69.0평) 1층 175.2㎡(53.0평) 2층 52.8㎡(16.0평) ·건축형태 : 복층 경량 목조주택 ·외 벽 재 : 시멘트 사이딩 ·내 벽 재 : 도장재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창 호 재 : 인티그리티 미국식 창호 ·바 닥 재 : 독일 하로 원목마루 ·식수공급 : 지하수 ·난방형태 : 심야 전기 보일러 ·설계 및 시공 : BLC 하우징 02-797-4509 "아들이 사는 아파트에 가면 답답하고 불안해요. 움직일 공간도 넉넉하지 않아 몸이 뻐근해요." 건축주(62세)는 3년 전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남편과 함께 일본에서 9년간 지내다가 남편이 대덕 연구소에서 일하게 되면서 귀국했다. 남 편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연구소 근방의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답답할 때마다 바람 쐴 겸 그림 작업을 할 겸 한적한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작업실이 있던 곳에 생각이 멈췄다. 낮은 언덕에 둘러싸여 아늑한 아버지의 낡은 작업실은 아버지가 세상 을 떠난 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아버지의 작품과 다양한 그림을 전 시하고 있다.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이 즐길 수 있도록 야외 잔디밭엔 설 치물과 작은 연못, 산책로도 있어 작업실을 물색 중이던 건축주의 마음 을사로잡았다. 부지매입에드는비용도절약할수있어좋았다. "하루는 남편이 작업실 말고 아예 주택을 짓자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여기서 한 시간 반 걸려 대덕까지 출퇴근해 야 하는 남편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었거든요. 남편이 먼저 아늑하고 담 백한 집을 지으면 좋겠다고 말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살고 있던 아파트도 처분했다. 막상 집을 지 으려고 보니 아들 내외가 놀러 올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 업실과 생활공간은 층으로 구분하면 되지만, 가족들이나 손님이 방문 할 경우 객실에서 생활이 편리하도록 구획을 확실히 나눠 놓는 편이좋을 듯했다. 편의를 위해 각 방마다 개별 화장실을 갖추고 방 외부로는 크기에 상 관없이 공용공간(거실)을 뒀다. 이렇게 구성한 방과 화장실, 그리고 공 용공간은 하나의 유닛이 되고 이 유닛 세 개가 모여 집을 이룬다. 가장 작은 유닛은 입구 방이다. 현관에 들어서면 소파가 있는 작은 거실이 있고 그 옆으로 화장실 딸린 방이 있다. 가장 큰 유닛은 거실과 건식 히 노키 욕실이 있는 안방이다. 현관에서 바로 보이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 면 나오는 2층 작업실도 마찬가지로 오픈된 공간에 작업 테이블을 지 나면 화장실 딸린 방이 있다. 거실과 주방 사이에도 벽을 만들어 공간 을 구분하고 독립적으로 구성했다. 동선과 채광을 고려한 정원 조성 진입이 편리하도록 길을 향해 현관을 내고 햇빛이 잘 드는 방향으 로 집 정면을 뒀다. 길에 등 돌린 형태로 창이 큰 거실과 앞마당은 미 술관을 찾은 관람객들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어 더욱 좋 다. 배면에 현관을 놓은 대신 정면에도 주방 앞에 출입구를 만들었 다. ㄱ자 넓은 덱을 만들어 자유롭게 오가도록 했고 덱 안쪽으로 정 원이다. "해마다 다른 꽃을 심고 있어요. 어떤 꽃은 관리를 잘 못해서 죽어버 리기도 하고 어떤 꽃은 잘 자라요. 정원 일에 차차 익숙해지는 중이에 요. 얼마 전엔 남편과 함께 3만 원어치 우분을 사다 뿌리면서 싱글벙글 했어요. 새로 심은 꽃들이 올봄에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정원을 손질하며 나온 돌은 정원 가운데 흙 위에 디딤 공간으로 만들 었다. 봄, 여름이면 꽃이 피는 정원을 즐기기 위해 덱에 오래된 소파도 가져다 뒀다. 덱에서 야외활동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지붕 처마를 길게 드리우고 격자무늬로 구멍을 낸 나무판자를 붙여 햇빛이 강하게 들어 오는 것을 차단했다. 아울러 구멍 사이로 듬성듬성 들어오는 햇빛은 운 치를 더하고 근사한 외관을 완성한다. 전원생활 3년 차, 노하우가 생기다 얼마 전 건축주는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전기요금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텔레비전 등의 생활 가전제품을 가동 하는 데 드는 요금을 10만 원에서 3만 원으로 줄일 수 있다. 설계 당시 엔 현관 중문이 없었지만 세 번의 겨울을 지내면서 난방으로 따듯해진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그 필요성을 느껴 중문을 달았다. 실내 장식도 소박하다. 정원에 심었던 야생화 말린 것과 목화, 도토 리 열매를 나무 그릇에 담아 선반에 올렸다. 건축주가 만든 비누조각, 아들이 초등학교 때 만든 찰흙공예, 지인이 선물한 도자기, 오래된 놋 그릇 등도 공간에 소소한 이야기를 만들어준다. 모두 손때가 묻어 자연 스럽다. 건축주는 5일에 한 번 마을 장이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들른다. 싱 싱한 야채를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서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보 다 3분의 1정도 생활비가 준다. 김장하는 날이면 친구들도 함께 장을 본다. "5일장이 열릴 때 친구들과 함께 장을 보면 다들 저렴한 가격에 싱싱 한 채소를 구입할 수 있어 뿌듯해 해요. 이젠 동네 장터 단골손님이 다 됐어요." * 처음엔 전원주택을 관리하는 일이 버겁기도 했지만 손길 닿는 대로 달라지는 집 안과 정원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계절 따라 기분 따라 정원에는 새로운 꽃을 심고, 벽마다 새로운 그림을 걸어 변화를 준다. 종종 2층 발코니에 나가 지붕에 뚫어 놓은 창을 통해 멀리 지는 해를 바 라볼 때면 그림 그릴 수 있는 작업실과 가꾸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정 원이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글 변지임 기자 사진 백희정 기자 < Country Home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