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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찬의 전원주택 이야기] 전원주택의 허와 실
2006년 9월 29일 (금) 10:07:00 |   지면 발행 ( 2006년 9월호 - 전체 보기 )



아침 뉴스에 2010년 이후 우리나라의 약 2퍼센트에서 사막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대구에서 꾸준한 녹화사업과 도심을 가로지르는 수로水路 등을 만들어 최근 가장 더운 지방이라는 오명汚名(?)에서 벗어났다는 사례도 전했다. 수억 년간 수많은 생명체가 지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피나는 진화를 거듭하며 생존 번영 내지는 종의 멸망을 거듭해 왔다. 그런데 유독 인간만이 지구 환경에 적응하기보다는 그것을 변화시키면서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해 왔다.
예전의 주거 기능은 자연에 순응하면서 추위와 더위를 피해 맹수의 습격을 방지하는 것이었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자연을 지배하는 고에너지 소비와 자연 파괴적 형태로 변했다. 그렇지만 사람에게는 자연에 순응하려는 본성이 남아 있는가 보다. 전원주택이 아파트보다 더 자연 친화적인 건축이라고 생각하니… 심지어 건축가들조차 전원주택을 생태 건축이니 친환경 건축이니 하는 미사여구美辭麗句로 포장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전원주택의 첫 번째 허구성이다.
과연 어떤 부분까지를 '전원주택의 허와 실'이라고 할지(다분히 필자의 주관적 생각이지만) 이번 글의 논제로 붙여 보고자 한다.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평수가 넓다

전원주택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대개 단독주택이 아파트보다 평수가 넓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은 40평 정도로 설계하고 거기에 방 3개를 넣고 거실도 넓게 하고… 기타 등등."
이렇게 주문하는 이유를 되물어 보면,

"지금 40평형 아파트에 사는데 그만하면 충분해요. 다른 곳에서 상담해도 특히 목조주택이나 스틸하우스는 벽 두께가 얇기에 충분하다던데요. 전용면적도 없으니, 사실 40평형 아파트라고 해야 전용면적은 33평 밖에 안 되잖아요"라고 답한다. 과연 그럴까?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30평형 아파트에 준하는 단독주택의 평수는 대체로 35∼40평 규모가 적당하고, 단독주택에서 40평형 아파트와 같은 공간적 충족감을 느끼려면 50평 정도는 돼야 한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다분히 정신적(Physical) 요인 때문이다. 막상 '현재 사는 30평형 아파트 규모면 되겠다' 생각하고 세부적인 설계 상담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넓은 거실에다 드레스 룸과 다용도실이 필요하고 또 ….'실제 전원주택은 아파트보다 생활 공간이 더 넓고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계산적 착오와 주택 기능의 낮은 이해도라는 중요한 요인도 작용한다. 예를 들면 아파트는 보일러실이 필요 없고 현관 기능(방풍실)도 1층이 대신하지만 단독주택은 그렇지 않다. 또 아파트의 다목적 공간인 발코니가 단독주택에서는 다용도실 등 전용면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2층 단독주택은 화장실 개수를 대부분 3개 정도 요구하므로 아파트의 2개에 비해 많은 면적을 요구한다.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해 면적을 계산하면 11.5평 정도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쉽게 생각해 아파트 평수보다 10평 정도 부가적인 공간이 있어야 한다.

마감자재와 인테리어에 따라 달라지는 건축비

가끔 고객들이 설계나 시공 상담 중 외부 마감자재는 좀 싼 것을 쓰고 인테리어 마감재는 좀 괜찮은 것을 쓰면 전체 공사비가 줄지 않는가? 라는 질문을 한다. 여기에 상당한 '허虛'가 있다.
몇 억씩 하는 고급 외제차와 국산 중급 승용차의 가격대는 차이가 많다. 그런데 이것이 두 차종의 마감자재 차이에서 연유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물며 설계 변수가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주택은 더욱 그러하다.

같은 평수/평면이라도 창문의 개수, 모양 그리고 평면의 요철凹凸 등에 의해 공사비 차이는 많이 난다. 즉, 올바른 설계〔實〕란 자동차의 경우 판매가가 1억 원이냐, 3000만 원이냐? 주택의 경우 평당 1000만 원대인가, 300만 원대인가? 하는 것을 먼저 정하고 여기에 어울리는 구법과 마감자재 그리고 평면과 입면 모양 및 공사 시공 상세를 결정해야 한다. 그냥 대충 그려 놓고 마감자재나 단순 인테리어에 의해 공사비를 설정하는 것은 뭔가 불균형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황토주택의 꿈

며칠 전 황토벽돌을 생산하면서 황토벽돌집을 짓는다는 사람에게서 설계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기둥·보(Post & Beam) 방식의 목구조로 2층 건물의 뼈대를 짜고 자체 시험치가 일반벽돌의 60퍼센트 압축 강도가 나오는 황토벽돌로 내·외부를 마감하려는데 설계를 맡아 줄 용의가 있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황토주택에 대해 다분히 '꿈'같은 생각으로 접근하는 사례를 본다. 황토주택의 실實은 뭐니뭐니 해도 생황토가 지닌 건강성과 친환경성일 것이다. 반면 황토주택의 허虛는 생황토가 지닌 물리적 성능인데, 생황토는 물과 반죽해 벽돌 형태로 성형하면 황토 알갱이들끼리 들러붙는 '점착력'이 매우 뛰어나 벽돌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또 벽에 바를 수도 있지만 일정 부피 이상 되지 않으면 수분 증발로 자체 압축 강도만 유효할 뿐 인장 강도를 인정받을 수 없다.

대부분 생황토 벽돌집을 지을 때 벽돌과 벽돌이 맞붙는 부분에 줄눈용 시멘트 모르타르를 사용한다. 그런데 양생을 거치면서 시멘트 모르타르와 황토벽돌의 점착력은 사라지고 만다. 만에 하나 어떠한 외부적 충격으로 그 집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생황토에 점착력을 높이고자 시멘트나 약품 등을 첨가해 황토벽돌과 황토 모르타르를 만드는 사례를 가끔 접하는데, 이것이 과연 건강주택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필자의 공학적 상식으로는 황토벽돌을 사용한 주택은 1층 건물만 가능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 건축 구법처럼 하인방, 중인방, 상인방을 가구식으로 짜고, 그 사이에 벽돌을 적층식, 수평적으로 길지 않게 쌓아야 한다. 쉽게 말하면 생황토를 사용한 가장 표준적인 구조는 옛날 한옥 형태를 떠올리면 된다. 칸 구조 한옥의 단점은 황토의 낮은 인장력으로 방의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목조주택/스틸하우스의 허와 실

전원주택의 대명사로 통하는 미국식 목조주택과 스틸하우스! 건식구조가 지닌 빠른 공기工期, 깨끗한 마감, 결로와 단열에 강한 건강주택!
그야말로 건축주와 시공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훌륭한 건축 공법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가끔 광고 카피 등에 등장하는 허구적인 말들에 대해서만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그 중 목조주택은 숨쉬는 주택으로 목재가 실내의 습도를 조절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어 내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식의 주장이다. 목조주택과 스틸하우스는 그 구법이나 주거성이 거의 닮은 형제와 같다. 목재나 스틸의 뼈대 위에 석고보드를 실내 쪽에 붙이고 페인트나 실크벽지 등으로 마감하므로 목조주택의 뼈대인 목재가 내부 주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에 가깝다. 그럼에도 목조주택/스틸하우스의 건식공법은 습식공법보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시킨다는 점은 분명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가장 적합하다고까지 말하고 싶다.

건강 주택 자재의 꿈

건강과 장수에 대한 꿈은 진시황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모두에게 공통된 관심사일 것이다. 당연 건강 제품이라면 불티나게 팔릴 수밖에 없으며, 그 바람을 이용해 유사 건강 제품이나 성능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도 메스미디어 케이블을 통해 널리 퍼져 나간다.
얼마 전 TV에서 방영됐듯 시중 건강 건축 자재의 효능에 대해 너무 믿지 말라는 경고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자 한다. 특히 천연 무늬목, 실크벽지, 황토, 옥 등 지구상의 좋은 말들은 모두 이러한 제품들을 위한 수식어처럼 붙어 다니기에 더욱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전원에 집을 짓고 사는 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사소한 마감 자재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도리어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아내와 함께 살고 싶은 남은 삶… 아내도 애절하게 원하는가

유교적 가부장제도 아래서 살아온 많은 남편의 가정생활은 아내라는 동반자의 보살핌과 희생 속에서 지속돼 왔다. 한국의 많은 남편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와 직장 동료 친구들과 지속되는 음주문화로 인해 가정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 키우고 정원 가꾸고, 또 아내와 차 한 잔 나누며 담소하는 생활 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남편은 퇴직을 앞두고 전원생활의 꿈을 키운다. 여기에는 전원에서 함께 지낼 아내의 라이프 스타일과 원하는 바를 꼭 체크해 넣어야 한다. 예산 수립에서부터 집 설계 등등. 부단히 아내와 상의하면 좀더 행복한 전원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남편이 병을 얻어 요양 차 전원생활을 하는 경우와 아내가 병을 얻어 전원생활을 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후자가 대체로 더 보람된 전원생활을 유지하는 사례가 많은 것을 보았다. 이유인즉 후자의 경우 남편이 아내를 위해 집을 짓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출발했기 때문이다.

출가한 자녀들과 손주들이 진정 원하는 공간은

필자의 고객 중에는 정원에 풀장을 만들고 손주들을 위해 놀이방까지 만들었다. 그 고객이 궁극적으로 원한 것은 바로 전원주택에서 쓸쓸한 노후를 보내지 않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노부부가 필요한 공간은 30∼40평 단층이면 족한데, 여기에 2층을 앉혀 아이들 방을 별도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한다.
여기에 전원주택 평면 설계의 허가 숨어 있다. 주택 설계에 있어 자녀를 위해 방을 별도로 준비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방의 기능은 고작 자식 내외와 손주들이 잠자는 기능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입주 후 세월이 지나면서 자식들의 발걸음도 점점 뜸해 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실을 챙기려면 이러한 방들의 기능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테면 평면상 본채와 별채(자식 공간)를 별도로 두어 덱(Deck)으로 연결하되 그 안에 화장실/간이 싱크대 등을 넣는 것이다. -건폐율만 문제없다면- 실지로 그러한 집에서는 자녀들이 그 방에서 느끼는 독립성과 편안함으로 인해 자주 부모님을 방문하게 된다. 물론 이곳에는 손주들을 위한 인터넷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별채의 방들을 후미지고 어두운 곳이 아닌 정원이 보이는 좋은 곳에 배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지역 인허가는 까탈스러워 그 지역 건축사에게 맡겨야

필자는 전국을 돌면서 일하다 보니 타칭 '전국구 건축사'가 됐다. 그렇지만 늘 상 듣는, 심지어 인허가 담당 건축공무원에게서도 '아니 겨우 이런 주택 하나를 서울에서 설계해서 오셨네요'라는 말을 듣곤 한다. 한심한 이 나라의 풍토가 아닐 수 없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 프랑스에서 건축가를 모셔 오면 어떻고 또 미국에 설계를 의뢰하면 어떤가? 전원주택을 설계하는 것이지 주택 인허가를 내기 위해 설계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인허가에만 정통하다는 지역건축사에게 꼭 설계를 의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구라 불리는 필자의 경우, 아직도 인허가 특히 준공을 못 내어 문제가 된 현장은 없기 때문이다.

나의 삶 나의 인생을 반영한 건축물 그것은 곧 건축 작품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 또 들어야 하는 건축주의 말은 '집을 건축사인 당신의 작품이라 생각하고 잘 해 주세요'하는 것이다.
필자가 항상 강조하듯 전원주택은 건축가의 작품이 아닌 건축주의 삶과 재력과 부부 간의 행복 지수와 라이프 스타일 등을 반영한 가장 기본적인 생활의 도구이자, 생활 환경의 제일 중요한 환경적 공간이다. 지나치게 건축 작품적으로 설계한 집에서 삶의 공허함 내지는 불편함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삶에 가장 충실한 주택이 되도록 지어야 한다. 그 집 속에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커피 잔을 통해 진한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고 또 창문을 열면 자연의 시원함이 피부 속까지 파고들어야 비로소 삶의 작품이 될 수 있다.

전원주택의 재산적 가치와 행복지수의 가치

포천에 조그만 집을 설계 중인데 건축주는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곳에 집 지으면 5년 후에 집값은 다 날아가고 땅값만 남을 게 뻔하니 비싸게 짓지마!"
"누구는 전원생활을 하다가 견디지 못해 다 팔고 다시 서울로 나왔대!"
사실 학군이나 병원, 편의시설 등 사회 환경이 좋지 않은 전원주택을 부동산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모두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전원생활을 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전원생활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단순히 부동산적 가치로 전원생활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인 듯싶다.

우리가 느끼는 삶의 행복지수는 꼭 돈만으로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 간의 행복 지수가 높아질 수만 있다면 전원주택의 부동산적 가격 요인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동산이 아닌 행복지수가 얼마나 올라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여기서 전원주택의 허는 아무리 싸게 지어도 건축주의 행복 지수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가치 없는 투자가 될 것이요, 실은 많은 돈을 들였더라도 그것이 건축주의 행복 지수를 높여준다면 헛된 투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전원주택은 퇴직 후에 거주하는 공간인가

전원주택은 성공한 40, 50대나 그렇지 않으면 퇴직 후에나 살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지금도 그렇지만 급속한 도시화와 젊은 층의 탈시골로 인해 농촌에 사는 총각들은 장가가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소리가 나지 않고 이로 인해 교육 환경은 도시보다 더욱 불리하게 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전원주택이나 펜션 등에 대해 지금처럼 까탈스럽게 농지전용부담금이니 현지에 6개월 이상 거주해야 주택을 지을 수 있느니 하는 등의 규정을 과감히 철폐하거나 제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여 젊은 층에서도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좀 더 나아져 도시와 전원이 모두 살기 좋은 균형 있는 국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田

최길찬<신영 건축사사무소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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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최길찬의 전원주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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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특집/기타
200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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