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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땅,땅-I] 겨울철, 화장발 없는 '생땅'을 찾아라
2006년 12월 29일 (금) 23:37:00 |   지면 발행 ( 2006년 12월호 - 전체 보기 )

‘터 잡기는 집 짓기의 반’이라고 한다. 쾌적한 자연 환경을 갖춘 전원에서 살려면 집 지을 택지宅地부터 마련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여간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택지를 발견했다고 해서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듯이 무턱대고 샀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땅은 백화점 물건과 달라서 나중에 하자를 발견해도 반품할 수 없다. 더욱이 한 번 쓰고 버릴 물건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할 보금자리이기에 신중을 기해 마련해야 한다. 바야흐로 택지를 살펴보기에 적당한 계절이다. 이번 호부터 3회에 걸쳐 〈좋은 땅, 나쁜 땅〉 〈법적 규제 및 관련 서류〉 〈농지·임야, 형질변경〉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요즘 화장을 안한 미인, 시쳇말로 ‘쌩얼’이 인기를 끌고 있다. 택지도 여름철 신록이나 가을철 단풍으로 곱게 화장한 땅보다는, 겨울에서 이른봄 속살을 드러낸 ‘생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화장한 땅, 그 분위기에 정신을 빼앗겨 택지를 장만했다가 후회하는 일이 왕왕 있다. 아무리 경치가 빼어나더라도 스쳐 지나면서 바라보는 것과 집 짓고 사는 것하고는 전혀 다르다.

택지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앞서 땅이란 부동산을 알아야 한다. 땅은 사적 재산에 속하는 한편 국가 토지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공공公共재적 성격도 강하기에 땅의 소유에서 개발, 관리까지 각종 규제 사항을 파악해야 한다. 용도지역은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자연보전권역 안에서의 행위 제한은 〈수도권 정비법>, 농지의 전용 및 소유는 <농지법>, 산림의 형질 변경은 <산림법>, 보전 산지 안에서의 행위 제한 및 산지 전용은 <산지관리법> 등 여러 가지 규제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다. 이 부분은 다음 호에서 다루기로 하고 요즘 부동산시장의 동향부터 살펴보자. 요즘처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할 때는 언제 어떻게 땅을 큰 축으로 하는 전원부동산시장에 그 불똥이 튈지 모른다.

택지 매입, 12월 한 달을 주목하자

부동산 컨설턴트들은 올 12월에 전원부동산시장이 크게 꿈틀거릴 것이라고 한다. 2007년 1월 1일부터는 파괴력이 엄청난 ‘세금 폭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의 과세 기준이 현 공시지가에서 실거래가로 바뀌는 것이다. 현재는 투기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 그리고 부재지주不在地主에게만 실거래가를 적용하고 있다.

혹, 정부에서 공시지가를 실거래가의 90퍼센트 수준으로 끌어올렸는데 폭탄은 무슨… 하고 의아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전국 땅값 총액의 58퍼센트를 차지하는 서울·수도권지역의 도시부동산에나 통하는 것이고 전원부동산의 대부분은 공시지가가 실거래가의 30∼40퍼센트에 불과하다. 또한 내년에는 부재지주나 법인의 비사업용 토지는 60퍼센트의 중과세율이 적용되고 10∼30퍼센트의 장기 보유에 따른 특별 공제 적용도 배제된다.

그런 이유에서 부동산 컨설턴트인 대정하우징의 박철민 대표는 “실수요자라면 땅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공시지가로 적용하는 마지막 12월 한 달을 주목하라”고 한다. 그 이유는 “상당수의 매물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편 “국민이나 정부나 아파트시장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이때야말로 신도시나 역세권 그리고 도로가 새로 뚫리는 주변 지역의 땅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귀띔했다.

그러면 내년 이후의 전원부동산시장 동향은 어떨까? “땅값에 세금까지 얹은 매물로 침체 국면 속에서도 도시부동산시장 못지 않게 호가呼價가 크게 띌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의 공시지가 과표 현실화 이후 나타난 현상이 이를 보여준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 바람을 재우고 영세민에 대한 부동산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공시지가 수준을 점차 시세의 90퍼센트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그 결과 지금 어떤 현상이 벌어졌는가. 영세민은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 폭등했다. 나오는 매물마다 늘어난 세금만큼 모자를 꾹 눌러썼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고스란히 전원부동산으로 옮겨오기 마련이다.
이처럼 12월 한 달은 전원주택시장의 동향을 볼 때 실수요자라면 발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입지 선정, 어떻게 할 것인가

선인들은 ‘사람의 주거지는 높고 청결하며 훤히 트여야 한다’고 했다. 이 계절 택지를 찾아 나서기에 앞서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상택지相宅地〉에 나오는 구절을 되새겨보는 것을 어떨까.

“인가와 거처는 높고 청결해야 길하다. 주택은 오로지 평탄한 곳에 자리를 잡아서 좌우가 막히지 않은 곳이 좋다. 명당은 훤히 트이고 토질이 비옥하며 샘물이 맛이 있는 장소다. 《황제내경》에 이르기를 ‘하나의 산과 하나의 물이 모여 유정한 지형을 이루는 곳은 소인小人이 머물고, 큰산이 큰 형세를 가지고 형국을 이루는 곳은 군자가 산다’고 했다. ―안대희 엮음 《산수 간에 집을 짓고》 중에서―

전원에서 삶의 질은 가족과 합의를 통해 택지를 어디에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전원생활을 떠올리기에 앞서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삶을 먼저 바라보자.

유니홈즈의 이재헌 대표는 무엇보다 가족과 합의를 분명히 하고 어떤 목적으로 터를 잡을지부터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전원으로의 이주는 지금보다 나은 행복한 보금자리를 취하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가족 구성원 전체의 합의와 희망을 공유해야 한다”고. 사실 낯선 전원에서 몰랐던 불편을 겪으며 새로운 환경에 정을 붙이지 못한다면 그처럼 난감한 일도 없다. 더욱이 전원주택은 환금성換金性이 떨어지기에 도시로 되돌아 나오기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택지 선정 시 치밀한 사전 조사도 중요하지만 전원으로 떠나려는 근본 동기가 확고해야 한다. 유 대표는 여기에 덧붙여 “목적이 분명해야 그에 맞는 부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할 수 있고 의뢰 받는 부동산에서도 적합한 부지를 추천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택지를 선정할 때는 쾌적성 못지 않게 생활의 편의성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해 가족에게 맞는 유형의 택지를 선정해 보자.

임수형 전원주택 : 해안이나 호반湖畔, 강변 등 물을 낀 경치 양호한 지역에 입지立地한다. 조망을 고려하는 요즘 선호도가 매우 높은 형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후 특성상 여름철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고 늦여름에서 초가을까지 태풍의 내습이 빈번하므로 재해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마련됐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임산형 전원주택 : 산악의 수려한 계곡이나 전망이 양호한 구릉지역에 입지한다. 숲과 인접한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원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형태다. 그러나 산사태 및 화재, 낙석 그리고 차량의 진입 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원형 전원주택 : 논밭이 드넓게 펼쳐진 평야에 입지한다. 전원 분위기가 잘 갖춰져 있으며 접근성도 양호한 편이다. 예전에는 자연 경관의 신비성 측면에서 선호도가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적은 자금을 지닌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취락형 전원주택 : 주변 환경이 양호한 농촌지역의 작은 촌락 내부나 인근 지역 기존 농가주택과 혼합해 입지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원주민들과의 갈등 등의 문제가 있으나 필요 주거시설이나 인접 교통 등의 편리함 그리고 주민들과 공동체를 형성하거나 단독주택의 맹점인 방범과 치안 면에서 유리하다.

이처럼 택지를 고를 때에는 유형별 장단점을 파악한 후 가족이 경제·사회 활동을 하는 모도시母都市와의 거리 및 교통 수단을 따져보아야 한다. 아울러 공공시설의 배치 상태 그리고 주변에 위험·혐오시설 및 공해 발생 시설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또한 땅에 대한 권리 설정이나 집을 지을 때 법적인 저촉은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CASE-1 조망권이냐, 일조권이냐

《시경詩經》에 집터를 볼 때 “음양陰陽을 보고, 물이 흐르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춥고 따뜻한지 그리고 물을 얻을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기에 햇빛과 바람의 방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예로부터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은 북고남저北高南低 택지를 선호했다. 겨울에 따뜻하고 배수가 잘 될 뿐 아니라 남쪽은 넓게 트였기 때문이다.

요즘 전원주택은 조망을 중시하기에 앞으로 드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그 너머로 강물이 흐르고, 저 멀리 산이 바라보이면 북향도 마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낮이 짧아 일조량이 적은 이 계절을 생각해 보았는지.

강원도 인제의 한 산골마을에 북향집을 짓고 생활하는 임 모씨는 “작년에 며칠이긴 했지만 내린 눈으로 길이 막혀 꼼짝없이 갇혀 지낸 데다 세찬 바람을 맞받아 난방비는 둘째치고 밖에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면서 “다른 때는 잘 찾아오던 아이들은커녕 이웃도 발길을 끊어 무료해서 혼났다”고 한다. 이렇듯 전원주택을 지을 택지는 조망권 못지 않게 일조권도 중요하다.

CASE-2 길이 없으면 땅이 아니다

여기에서의 길은 지적도상의 도로를 뜻한다. 대지 안으로 출입할 수 있는 사실상의 통로, 즉 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땅(맹지盲地)에는 집을 지을 수 없다. 이것을 타 지번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자루형 대지’라고도 한다. 실제 사람은 다닐 수 있는 땅이라도 지적도상 도로에서 직접 진입할 수 없거나 차량으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건축법〉에서 규정한 도로란 평상시 건축물 이용에 지장이 없도록 보행 및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폭 4미터 이상의 도로다. 이 4미터 도로에 2미터 이상 접하지 않을 때에는 건축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도로 2미터 이내에 접했더라도 자동차가 필요한 건물이라면 〈주차장법〉에 의거 도로가 4미터 이상이어야 한다. 한편 개설되지 않은 예정 도로의 경우에도 관계 법령에 의해 신설 또는 변경에 관한 고시가 된 경우 〈건축법〉상 도로로 인정돼 집을 지을 수 있다. 또 인근 토지 소유자로부터 타 토지 사용에 대한 승낙을 받은 뒤 시장이나 군수로부터 ‘사도개설허가’를 받으면 집을 지을 수 있다. 즉 땅을 사서 도로로 편입시키는 것인데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소재 한국전원주택 컨설팅사 양정일 대표는 이러한 땅은 자칫‘알박기’처럼 부르는 게 값일 수가 있다며 한 예를 들었다.

A씨는 2차선 도로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고 차량 진입도 가능한 도로가 지적도 상에 있어 땅을 구입했는데, 그 도로가 허가 조건에서 3평 모자란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 3평의 땅을 가진 지주가 평당 2,000만 원을 요구해 A씨는 결국 1,200만 원에 합의해 겨우 허가를 얻을 수 있었다. 시골의 하잘것 없는 땅 1평을 400만 원씩이나 주고 산 셈이다.

접도구역과 너무 붙어도 땅이 아니다. 사람의 보행이 불가능한 자동차 전용도로(고속도로, 고가도로)는 〈건축법〉상 도로가 아니므로 여기에 접한 땅이 대지라도 건축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접도구역에 바짝 붙은 땅은 피하는 게 좋다. 접도구역이란 도로 구조의 보호와 장래 도로 확장 등을 고려해 도로관리청이 도로구역 경계선으로부터 건축물이 떨어져야 할 일정 거리를 지정·고시한 구간을 말한다. 이 구역은 보통 도로의 구조에 대한 손궤, 미관의 보존 또는 교통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도로 경계선으로부터 20미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지정한다. 그 안에서는 토지의 형질변경이나 건축물 기타 공작물의 신축, 개축, 증축 등의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CASE-3 물 없이는 못산다

남향인데다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배산임수背山臨水 택지라면 금상첨화라고 한다. 여기서 임수는 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조건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전원주택의 대부분은 수도권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한다. 보통 지하수는 10∼30미터 파는데, 그 비용은 120∼150만 원(모터 포함, 수질검사비 25만 원 별도)선이다.

그런데 큰 개울이 옆으로 흐르는 터를 잡은 주택에서는 종종 ‘우리 집은 오육십 미터 지하 암반수에요’라는 말을 듣는다. 여기에는 수질이 좋다는 뜻과 수맥을 찾지 못해 고생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바로 옆에 큰 물줄기가 흐르는데 수맥을 찾지 못했다니… 이러한 경우는 그나마 다음 두 가지 사례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경남 양산의 아파트 단지 주변 마을에 택지를 장만한 김 모씨는 물 부족 때문에 집을 지으면서 마음 고생을 했다고. “공사 차량이 들어서야 하는데 주민 몇몇이 진입로에 농기계며 농작물을 쌓아 놓고 며칠째 공사 차량의 진입을 막아서더라고요. 이 마을은 물이 풍부했는데 아파트에다 그 주위에 집들이 들어서면서 물이 부족해졌다면서요. 지금은 나아졌지만 그땐 집을 지으면서도 이 마을에서 온전히 살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강원도 홍천의 산골마을에 택지를 사려다가 계약금을 날린 이 모씨. “경관도 좋고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임야라 계약금까지 치렀는데 물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죠. 주민들이 마을 공동으로 산에다 물탱크를 만들어 그곳에서 식수를 끌어다 쓰는데 우리도 물이 부족해 외지인에게 나눠줄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런 마을에다 집 지을 재간이 없더라고요.”

전원에서는 수맥을 찾는 일도 힘들지만 물 부족으로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택지를 마련할 때는 먼저 그곳 주민들과 물 사정을 포함해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면서 안면을 트는 게 좋다. 그래야만 집 지을 때도 여러 가지 면에서 유익하다.田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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