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남부 능선 끝자락 형제봉 아래 위치한 단층 경량 철골조 황토집이다.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이곳은 일단 전망이 빼어나고 해를 정면으로 받기에 채광과 단열도 나무랄 데 없다. 더불어 화개장터가 지척이라 쏠쏠한 여러 재미를 덤으로 얻는다. 그러나 건축주 이윤기(57세)씨는 이러한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인터뷰가 진행된 1시간여 동안 오로지 '집'으로 가득했는데 애착이 대단했다.
지금은 많이 퇴색됐다고 하나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옛 정취가 여전하다. 지리산에서 가져온 산나물, 전라도 곡창지대에서 생산한 쌀과 보리가 입맛을 자극하고 전국 각지 보부상이 가져온 생활용품은 절로 발길을 붙든다. 도시사람에게는 낯선 것들뿐이어서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서 날이 풀리고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진 10㎞ 벚꽃 길을 무대로 축제까지 열리면 인근 도로가 몇 시간씩 정체를 빚는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장터에서 걸어도 충분한 거리에 148.0㎡(44.5평) 단층 경량 철골조 황토집이 놓였다. 마을 도로에서 한껏 올려봐야 하는 높은 곳에 위치한 집은 건축주 이윤기 씨가 34년간 공직에 있다 은퇴 후 마련했다. 건강을 생각해 황토집을 짓기로 마음먹었다는 그는 실제 좋아진 몸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 여기 오기 전에는 자주 머리가 아프고 손이 저려 어디 몸이 이상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런데 이사 온 후 그것들이 싸악 없어졌어요. 불면증도 사라져 이제는 잠도 잘 자는 것이 신기할 정도예요."
능선 꼭대기 집, 전망이 일품 백두대간의 종착점인 지리산 남부 능선 끝자락에 형제봉이란 낮은 산이 위치하는데 집은 이를 배경으로 앉혀졌다. 지리산 다른 줄기가 정면으로 잡히고, 그 아래로는 섬진강이 흐른다. 거기다 정확히 남향이다. 배산임수 남향 터를 지녔으니, 이보다 좋은 위치가 있을까 싶은 명당이다. 부산에 거주했던 건축주가 어떻게 이곳을 알고 왔을까. "고등학교 시절 쌍계사에 방을 얻어 공부한 적이 있어, 이곳 지리에 밝은 편이에요. 정년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전원생활을 계획하고는 부지를 알아보러 많은 곳을 다녔어요. 마침 공부했던 시절이 떠올라 이곳까지 오게 됐는데 여기가 매물로 나왔더라고요. 이것도 인연이면 인연이다 싶어 매입했지요."이렇게 3년 전 부지를 매입한 건축주는 2년간 수시로 부산과 이곳을 오가며 땅을 손질하는 등 전원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지난해 건축 박람회에서 '게르마늄 황토집'을 만나 바로 건축계약을 맺고 집 짓기에 돌입했다.
마을 도로에서 휘어진 샛길을 타고 올라 형제봉 바로 아래에 닿으면 이윤기 씨 집이 보인다. 2112.0㎡(640.0평) 넓은 대지를 안은 집을 전망을 고려해 대지 중앙부 북쪽으로 밀어 올렸다. 진입 도로와 가까운 집좌측에 주차장을 놓고 우측으로는 작은 연못을 조성해 놓았다. 집은 본채와 별채로 구성했는데, 두 곳은 같은 공법에 같은 마감재로 시공해 통일감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건강한 집에서 건강한 기운이 흐른다" 황토 벽돌 이중쌓기로 벽체를 구성한 집은 일단 건강하다. 게르마늄이 첨가된 황토는 기존 황토보다 더한 건강성을 자랑하는데 앞선 언급처럼 건축주는 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집 전체에 온돌을 깔아 황토의 효능을 극대화했다. 이윤기 씨는 "건강한 집에서 건강한 기운이 흐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집을 계획할 때도 시공사를 선정할 때도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이 바로 '건강'이었어요. 나도 그렇지만 집 사람도 너무 마음에 들어 한답니다." 부부가 거주하는 본채는 현관 좌측으로 거실과 방, 주방/식당 공간을 놓고 우측으로는 안방과 욕실을 배치했다. 해가 드는 정면으로 주요 공간인 거실, 안방, 방을 놓은 것은 전원주택의 일반 실 배치와 같다. 볼륨감을 주기 위해 돌출한 거실은 고를 높여 개방감을 살리면서 채광 효과를 높인 것이 포인트다. 한편 손님을 위해 마련한 별채는 여러 용도로 활용 가능한 거실만을 놓았는데 건축주는 예전 한옥 사랑채를 떠올려 이와 같은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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