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 맑은 홍천 두천면 이만종 씨의 전원주택에 도착했을 때, 입주와 함께 새로 얻은 두 마리 강아지가 먼저 취재진을 반겼다. 밀짚모자를 푹 눌러 쓴 건축주는 손님이 온 줄도 모른 채 마당 일로 분주했다. 그는 "여기 온 지 2개월 좀 넘었는데 그새 8킬로가 빠졌어요. 아내는 5킬로 빠졌고요"한다. 처음엔 그간 젖어 있던 도시 생활 패턴이 이어져 아침 9시까지 푹 잤는데 며칠 지나자 해 뜨면 자동으로 일어나 움직이게 돼 신기했단다. 그러니 날씬해질 수밖에. 전원주택 짓고 참살이 맛을 알게 된 홍천 부부의 집으로 들어가 보자.
건축정보 · 부지면적 : 5865.0㎡(1955.0평) · 대지면적 : 2310.0㎡(700.0평) · 건축면적 : 138.6㎡(42.0평) · 외벽마감 : 베벨 사이딩, 시멘트 사이딩 ·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 내벽마감 : 실크벽지, 돌가루(질석) 벽지 · 바 닥 재 : 데코 타일 · 천 장 재 : 루버(거실, 2층) ·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 식수공급 : 지하수 · 설계 및 시공 : 대진건설 033-435-5548
이만종(57세) · 허종숙(56세) 부부가 수년간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을 지은 곳은 강원도 홍천군 두천면, 굴곡진 산등성이와 하천을 따라 농가와 농지가 평화롭게 마을을 이룬 곳이다. 이곳은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15분 거리로 교통이 편리하고 전원의 쾌적함과 여유를 누림과 동시에 도시 왕래도 수월하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적을 둔 건축주가 의정부와 1시간 30분 이내 이동할 수 있는 부지를 물색하다 이곳을 찾았다 한다. "호시탐탐 전원행을 계획했어요. 우리 부부는 평소 여행을 즐기는데 여행 다니며 '우린 어떤 집지을까'하며 다른 집들을 관심 있게 봤어요. 인심 좋은 집주인은 차 한 잔 하고 가라 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전원에 대한 꿈을 여행으로 달래며 아이들이 학업 마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지요. ' 55세에는 꼭 가자'했는데 아이들 결혼이 발목을 잡아 계획보다 좀 늦어졌어요."
  이만종 씨는 1990년대 휴대전화 도입 초기부터 휴대전화 줄 제조업을 경영해 왔다. 지금은 인기가 다소 식었으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문이 쇄도해 하청 업체들을 둬야 겨우 소화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좁은 고리에 줄을 더 수월하게 끼우도록 하는 딱딱한 줄 제조방법도 이 씨가 고안한 것이라 한다. 이 씨는 지하 공장에서 15년간 일하다 보니 기관지와 당뇨 등 건강이 안 좋아져 전원생활이 더욱 간절해졌다. 일을 더 하고 싶은 나이고 농사에 '농'자도 모르니 하던 사업을 계속하는 게 답이라 생각한 부부는 집 앞에 공장 두 동도 함께 지었다. 대신 기존 사업을 축소하고 부부의 소일거리로 계획했다. 그리고 노후를 대비해 집 옆에는 적송 묘목 1500주를 심었다. 이렇게 부부는 제 2의 삶의 터전을 마련하느라 살이 쭉 빠졌다. 그리고 더 부지런하고 더 건강해졌다. "처음 이사 왔을 땐 도시 생활이 그대로 이어져 아침 9시까지 푹 잤어요. 그런데 며칠 지나자 해가 뜨면 자동으로 일어나지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에 마당일도 하고 밭도 돌보고… 자연히 부지런해졌어요. 일을 많이 해도 공기 좋은 곳에서 사니 건강은 더 좋아졌어요."
부부를 위한 단출한 공간 계획 국도에서 산과 쉼재계곡으로 안내하는 마을 길로 갈아타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닿는 곳, 이웃의 인삼밭과 길을 시원스럽게 내려다 보는 위치에 이만종 씨 부부의 집이 있다. 마을 안쪽에 자리한 부지라 전망을 고려해 대지를 돋워 지은 이 집은 외벽에 두른 원목 베벨 사이딩이 주변 자연과 잘 어울리며 돋보인다. 집 우측에 적송 밭이 위치하고 집 계단 아래쪽에 공장 두 동이 있다. 집과 공장의 단차와 이격거리를 둠으로써 조망권을 확보하고 쾌적한 주거공간이 되도록 했다. 환경오염과 소음을 일으키지 않는 쾌적한 공장이나 미관상 그렇게 한 것이다. 부부는 애초 30평 안팎의 아담한 단층집을 계획했다. 부부가 사용할 살림집이므로 단출하길 바랐다. 그런데 설계에 참여하면서 40평대로 늘었다. "개방감 있는 거실과 다용도실, 여분의 수납공간을 넣으니 30평대는 안 되겠더라고요. 그리고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나중에 손주들이나 손님이 놀러 오면 쉴 공간이 필요할 것 같아 2층도 계획하게 됐어요. 살던 아파트가 49평이라 갑자기 공간이 좁아지면 적응이 안 될 것도 같았고요."허종숙 씨는 "최대한 활용도를 높이면서 최소한의 면적으로 짠집"이라고 설명한다.
     정직한 시공업자 만나 순탄한 집 짓기 이만종 씨는 지인이 마침 건축 관련 업을 하기에 고민 없이 지인을 통해 시공하려 했다. 그런데 지인의 말을 듣고 급선회해 홍천 나들목근처에 사무소를 둔 대진건설에 시공을 맡겼다. 지인은 "건축은 지역기후를 잘 아는 사람에게 맡겨야 하자가 없다"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장 이동에 대한 인건비 및 자재 운송비 등 비용 절약과 지역 사정에 익숙하고 공사 민원에 대한 대처 요령에도 밝다는 이점이 있다. 이 씨는 지난해 말 착공해 지난겨울 한파를 겪으면서 지인의 조언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알게 됐다. 이곳은 한겨울 영하 20℃ 이하까지 내려가는데 그런 기후조건에 대한 이해 없이 지중 배관 설비를 해동파로 고생하는 집들이 더러 있었다. 지역마다 지하 동결선(지반이 동결되는 한계선 : 남부-60㎝ 중부-90㎝ 북부-120㎝)이 다르고 그 이하에 지하수 등 배관 설비를 해야 동파되지 않는다. 이 씨는 겨울에 땅을 파 보니 지하 100㎝ 정도까지 꽁꽁 얼어 있었단다. 동파된 집은 100㎝ 혹은 그 이상에 배관 설비를 한 것이다. 홍천 주택 배관 설비는 동결선 이하에 시공한 덕분에 겨울 혹한에도 탈이 없었다. 지역 기후조건에 대한 이해가 있어도 부정직한 업자는 동결선을 무시하고 공사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이 씨는 대진건설을 선정한 동기로 김종만 대표의 정식함을 첫째로 꼽았다. 허종숙 씨는 "허가 내용을 벗어난 공간 확보 등 집주인에게 유리하도록 불법, 편법을 동원하지 않은 점도 정직을 좋아하는 남편과 잘 통했어요"라고 말한다.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당장 편리하고 비용을 줄이자고 법을 지키지 않으면, 내내 떳떳하지 않고 마음이 불편하지요"라는 게 부부의 지론이다. 이만종 씨 부부는 전원에 내려와 돈 들 일이 없다고 한다. 농사라는 말조차 낯설기만 하던 부부는 이곳에 와서 자연스럽게 농사에 발을 담그게 됐다. "이웃에서 심고 남은 거라며 고추 모종을 갖다 주기에 우리도 심어 봤어요. 세상에, 도시 마트에선 고추 모종 하나에 2,000원 달라고 하데요? 오늘 아침에는 동네 반장님이 파 모종 1판을 주고 갔어요. 도시에 가면 다 돈인데 이곳에선 공짜예요." 전원에 살다 보니 '웰빙 상차림'이 자연스레 이뤄졌다는 부부. 도시에서 전원으로 이주하는 것 자체가 벌써 웰빙 라이프의 시작이라고 부부는 입을 모아 말한다.
글 박지혜 기자 사진 백희정 기자
홍천 이만종 씨가 말하는 전원에서 잘 짓고 잘 사는 법
1. 지역 업체에 맡겨라 "집 올릴 지역 기후조건과 사정을 잘 알기에 비용 절약 등 여러모로 유리하다." 2. 이웃에게 문을 열어라 "도시 이주민들 가운데 원주민들과 소통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다. 그러면 원주민들도 그들에게 문을 닫고 무시한다. 자동차 대신 마을 길을 걸어 다니며 먼저 인사도 하고 아는 체하면 그들은 각종 모종을 비롯해 전원생활에 필요한 갖가지 도움을 제공해준다. 그것은 참살이에 다가서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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