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으로 활짝 여는 참살이 세상, 전남도 행복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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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으로 활짝 여는 참살이 세상, 전남도 행복마을

2013년 7월 1일 (월) 00:00:00 | 지면 발행 ( 2013년 6월호 - 전체 보기 )

SPECIAL EDITION | 살림집, 신한옥을 찾아서 ②

한옥으로 활짝 여는 참살이 세상, 전남도 행복마을
농촌 인구 유입, 주거 환경 개선, 소득 창출…

고령화 인구 급증과 생산 인구 급감, 열악한 경제 여건, 취약한 주거 환경… 우리나라 농촌 지역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지금 농촌을 관할 행정구역으로 둔 지자체마다 도시의 인구와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앙 정부로부터 받는 교부금이 인구에 비례하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20호 이하 농촌 마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농촌 붕괴 방지, 그 해법을 대부분의 지자체는 우리네 전통 살림집인 한옥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신한옥에서 찾는다. 한옥이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을 이루는 웰빙, 로하스, 힐링 등에 잘 들어맞기에 도시의 인구와 자본 유입에 최적합하며, 집단화를 통해 주거 환경까지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옥 보급이 가장 활발한 지자체는 전남도로, 한옥을 통해 농촌 인구 유입, 주거 환경 개선, 주민 소득 창출 등 일석다조의 효과를 거두는 중이다. 바로 한옥을 전면에 내세운 행복마을이다.
글·사진 윤홍로 기자

전남도의 인구는 현재 2백만 명을 조금 밑돌지만, 한때는 3백만 명에 달했다. 인구가 급감한 이유는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소득원이 없다 보니 1970년대부터 연간 3만 명씩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2006년 민선 3기로 당선된 박준영 도지사는 2007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행복마을’ 사업을 추진한다. 주택을 한옥으로 짓고 상·하수도와 하천 정비, 마을 경관 조성 등으로 농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면서 마을 소득 증대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훈훈한 마을 공동체 만들기 사업이다. 한마디로 종합적인 마을 가꾸기 사업인 것이다. 주택을 한옥으로 한정한 것은 웰빙 주거인 데다 방 한 칸을 게스트 룸으로 만들면 민박 소득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행복마을엔 마을 경관 개선을 위해 사업비 3억 원을 도비와 시·군비로 지원한다. 사업비는 주로 경관 조성을 위한 마을 안길 넓히기, 담 또는 하천 정비 그리고 시너지 효과를 위한 권역 단위 종합 정비, 체험 마을 등 연계 사업에 우선 지원한다. 복합적인 인과관계가 작용했겠지만, 현재 전남도의 연간 유출 인구는 3만 명에서 4천 명으로 급감했으며, 행복마을의 경우 지난해까지 약 2천 명이 들어왔고 매년 농특산물과 민박 소득이 50%씩 급성장하고 있다.
전남도 행복마을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행복마을로 유입된 인구는 총 1989명으로, 이중 타 시도에서 전입해 온 인구가 929명이다. 50명 이상 유입된 행복마을도 해남 매정, 영암 산정, 장흥 신덕 등 8개에 이른다. 지난해 49개 행복마을에서 올린 소득은 약 22억 원이며, 이중 한옥 민박 소득이 11억 원으로 50%를 차지하고 5천만 원 이상 민박 소득을 올린 마을도 구례 오미, 함평 오두, 고흥 명천 등 7개다. 올해엔 한옥 민박 소득만 2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4월까지 민박 소득이 1억 9천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천만 원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전남 보성군 조성면에 위치한 삼정 행복마을. 이 마을 임흔기 추진위원장은 “우리는 마을 내 부지를 매입해 단지를 조성했으며, 한 가구당 대지를 3.3㎡(1평)당 3만 원씩 660㎡(200평)를 6백만 원에 구입하고 한옥을 3.3㎡당 5백만 원씩 85.7㎡(30평)를 1억 5천만 원에 지었으니 대지와 한옥을 합쳐 1억 5,600만 원 들었다”면서, “여기에서 보조금과 융자금 7천만 원을 빼면 한옥 한 채를 8,600만 원에 지은 셈이다”라고 한다.

오량가 뼈대를 이루는 기둥과 보와 도리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팔작지붕이 웅장하며 처마선이 전통미를 자아내는 삼정 행복마을 내 한옥, 대지와 건축비를 합쳐 8,600만 원에 전원 속에 한옥을 장만했다니 놀라움 그 자체이다.

8천만 원이면 85.7㎡(30.0평) 한옥 지어
행복마을 주민과 전남도 행복마을과 김태식 사무관은 행복마을 사업이 큰 호응 속에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은 무엇보다 무상 보조금 4천만 원과 융자금 4천만 원(연리 2%,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전남도가 올해 융자금을 3천만 원에서 4천만 원으로 올린 이유이다. 전남도가 올해까지 조성한 한옥발전기금은 약 410억 원이다.
행복마을에 한옥을 한 채 지으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김태식 사무관은 “우리가 파악한 3.3㎡당 평균 건축비는 2010년에 약 450만 원, 2012년에 약 550만 원이다”면서, “85.7㎡(30.0평) 기준으로 약 1억 6천만 원 정도 드니까 무상 보조금과 융자금을 제외하고 8천만 원 정도 본인 자금만 있으면 한옥을 한 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매년 시공비가 상승한 이유에 대해 김 사무관은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듯이 초창기에 지은 한옥은 춥고 불편했다”면서, “현재는 주민의 의식이 높아져 평균 건축비가 3.3㎡당 550만 원까지 올라갔고 창호, 황토벽돌, 욋대 등 성능을 개선한 다양한 한옥 부자재가 나오면서 행복마을 한옥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고 한다.
행복마을에 최근 들어선 한옥을 둘러보면, 대부분 주거 요건을 갖췄음은 물론 아름답고 웅장하며 고급스럽기까지 하다. 초창기에 찾았을 때만 해도 상당수가 무늬만 한옥일 정도로 뼈대는 전통 목구조이되 주요 부재의 치수가 작아 수장재가 드러나지 않았고 경량 목구조도 간간이 눈에 띄었으며, 벽체는 황토나 점토가 아닌 시멘트 벽돌이나 압출 성형 시멘트 패널을 사용한 곳도 적잖았다. 심지어 일부 한옥 시공업자들이 시공 도중 건축주에게 보조금과 융자금만 받아 챙기고 도망가기까지 했다. 현재는 행복마을 주민의 한옥에 대한 자긍심은 놀라울 만큼 상당하다. 전남도에서 보조금과 융자금을 현장 실사를 통해 깐깐하게 지원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황토벽돌 사이에 시멘트 줄눈을 넣은 한옥의 경우 황토 모르타르로 재시공시켰을 정도다.
김태식 사무관은 “한옥을 시공할 때 꼭 방수가 필요한 화장실과 부엌을 제외한 공간엔 시멘트를 일절 못 쓰게 하고, 기초도 지기地氣가 올라오도록 줄기초와 독립기초만 허용한다”면서, “이를 위반하면 보조금이나 융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전남도의 노력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김 사무관은 “행복마을 한옥의 공기 질을 테스트한 결과 폼알데하이드가 일반 주택에 비해 1/5밖에 나오지 않았다”면서, “사실, 이것도 나오지 말아야 하는데 벽지를 바를 때 밀가루 풀 대신 화학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며, 건축주를 상대로 한 교육을 통해 이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전남도는 매년 행복마을 한옥 조성과 관련해 한옥 부자재 생산 업체와 시공 업체 지정 현황을 발표한다. 그 이유에 대해 김태식 사무관은 “한옥에 대한 전문성 결여와 업체 난립으로 말미암은 각종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2010년부터 매년 시공 업체를 지정해 이들 업체로 하여금 한옥을 짓도록 하고 있다”면서, “한식 기술자 2명 이상을 보유한 전문 건설 업체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심사한 후 지정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거나 공사 지연 등 민원을 다수 야기한 업체 또는 자재 대금 체불, 부실시공 등 상거래 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한 업체 등은 한옥 시공 업체 지정 시 배제하고 있으며, 올해엔 민원 발생 업체를 제외한 결과 지난해보다 7개 업체가 준 21개 업체를 지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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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한옥 행복마을은 전남도민뿐만 아니라 타 시·도민, 특히 수도권 사람들에게 관심이 높다. 그뿐만 아니라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다. 전남도의 행복마을 사업 추진력에다 한옥의 강점이 더해져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김태식 사무관은 “행복마을의 기본 목적은 훈훈한 마을 공동체로 성장하는 것이기에 어울려 살려면 전통적인 생활 방식인 받기보다 주는 것 또는 약간의 봉사와 희생이 필요하며, 행복마을은 한옥에서의 삶 그 자체이므로 흔히 얘기하는 재산 형성과 거리가 있다”면서, “우리 전남도는 지속해서 가격이나 기능, 재질 면에서 양질의 한옥을 보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다.田

문답으로 풀어보는 전남도 행복마을 한옥

김태식 사무관

행복마을 조성 사업 지원 대상을 한옥 집단화 마을로 정한 이유는 _ 한옥은 개별적으로 있을 때 미관은 별로이다. 서울 북촌마을, 전주 한옥마을, 안동 하회마을처럼 집단화돼야 아름다운 멋과 경관을 갖게 된다. 그러하기에 우리 전남도 행복마을도 기본적인 마을 경관을 확보하도록 최소 동수와 범위 등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

행복마을 조성 사업은 ‘1읍·면당 1개소 이상 행복마을 조성’을 목표로 하는데, 현재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는지 _ 행복마을 조성 목표는 200개 마을이며, 2007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조성한 마을은 124개다. 이중 기존 마을 정비형은 98개 마을이며, 신규 단지형은 26개 마을이다. 기존 마을 정비형은 말 그대로 이미 조성된 마을에 한옥이 들어서는 것으로 10동 이상 신축해야 한다. 신규 단지형은 마을을 새로 만드는 것으로 최소 20동 이상이어야 하며, 마을 전체가 집을 한옥으로 지어야 한다.

지자체인 시군(나주 금안지구 등 11곳), 공공기관인 전남개발공사(장성군 황룡마을 1곳)에서 추진하는 신규 단지형은 분양이 저조한데, 그 이유는 _ 시군에서 추진하는 신규 단지형은 전반적으로 분양이 저조하기보다 추진이 더디다고 보는 편이 맞다. 개발행위를 위한 마을 정비 구역 지정 등 행정 절차 이행에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남개발공사에서 추진하는 장성 황룡마을은 분양률이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엔 기존 마을 정비형, 신규 단지형 행복마을보다 분양가가 다소 높기 때문이다.

행복마을에 한옥을 신축해 이주하는 도시민의 유형, 그리고 거주 만족도는 _ 행복마을로 들어오는 도시민은 농어촌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직장 은퇴 세대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요즘 들어 은퇴를 앞둔 50대 세대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 행복마을에 들어와 사는 도시민 대부분은 나름대로 시골생활에 만족하며, 또한 재능 기부 등을 통해 마을 사회에도 다양하게 기여하고 있다.

행복마을에 한옥을 신축해 이주하고자 하는 도시민이 주로 문의하는 것은 _ 전남도 행복마을은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 등에 대해 아직 모르는 시·도민도 많다. 그중에서 가장 문의가 잦은 내용은 행복마을 입주 자격이다. 행복마을에 한옥을 짓고 살려면 기본적인 조건이 있다. 신청일 기준으로 최소 1년 이상 전남도 내에 주민등록지를 두고 생활해야 한다. 그래야만 신청 자격을 주고, 한옥 건축 대상자로 확정돼야 보조금과 융자금으로 한옥을 건립할 수 있다. 기본적인 최소한의 제한이라는 점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도시의 아파트 생활이 몸에 밴 도시민은 한옥 하면 춥다, 좁다, 어둡다, 유지비가 많이 든다고 생각하는데, 행복마을에 조성하는 한옥은 이러한 점을 어떻게 개선했는지 _ 현재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한옥에 대한 문제점은 단열이 미흡하고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전남도 행복마을 한옥에서도 초창기에 그러한 문제점이 많이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은 고급 단열재의 등장으로 단열과 유지 보수 부분에선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됐다고 본다. 조명 부분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세대가 상하좌우로 맞붙은 아파트와 달리 서로 떨어졌기에 단열에서 상호 보완적인 측면은 약하다. 한편, 조잡한 설계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우리 전남도에선 지난해 1월 ‘좋은 한옥 설계도서’ 1천 부를 제작해 배부했고, 중앙 정부에서도 건축주 설계비 부담 완화를 위해 한옥 표준 설계도를 올해 하반기에 보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옥 신축에 따른 융자금, 보조금을 받으려면, 관광객이 묵을 수 있는 ‘손님방’을 한 칸 드려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데, 그러면 행복마을 한옥은 모두 민박을 운영해야 하는 것인지 _ 그렇다. 행복마을에 보조금과 융자금을 지원받아 짓는 한옥은 반드시 손님방을 만들어야 한다. 농외소득農外所得을 올리자는 취지다. 그러나 꼭 민박을 운영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나이 든 어른이 민박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가급적 민박 운영을 권장하고, 손님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도록 별도 출입구와 세면장 등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행복마을 한옥은 살림집인 전통 한옥의 어떤 점을 계승했고, 여기에 현대주택의 어떤 점을 접목했는지 _ 행복마을에 짓는 한옥은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개량형 한옥이다. 기둥과 벽, 기와는 전통 한옥 형식을 유지하고, 부엌, 화장실, 난방, 창호, 단열재 등은 효율성 증대를 위해 아파트나 양옥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지어지는 한옥은 창호, 부자재, 단열재 등의 고급화와 한옥 기술의 발달로 초창기 한옥에 비해 여러 면에서 성능이 향상됐다고 본다. 이러한 부분들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전남도는 행복마을 한옥 조성을 농촌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자 산업’ 또는 ‘신산업’이라는데, 한옥 조성으로 인한 전남도 내 경제적 효과는 _ 행복마을 한옥 보급과 관련해 지금까지 12개 연관 기업을 유치했고, 한옥 건축을 위해 연간 10만 5천 명이 고용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까지 763명의 한옥 기술자를 양성했고, 한옥 전문 인력의 체계적 양성을 위해 2009년부터 전남도립대학교에 한옥문화산업과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요즘 한류 열풍을 타고 외국에 한옥을 수출하고 있는데, 전남도의 한옥 세계화를 위한 비전은 _ 우리 전남도에서 육성하는 한옥 시공 업체가 세계적인 한옥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 한옥 수출을 주도하고, 또한 한옥의 세계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우리가 지정한 한옥 시공 업체가 노하우를 축적하고 기술력과 전문성을 확보한 한옥 전문 유망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소수 정예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들 소수 정예 기업들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 대표기업으로 성장해 한옥의 수출과 세계화를 선도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