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선택, 기대감을 충족시킨 예천 157.72㎡(47.79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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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선택, 기대감을 충족시킨 예천 157.72㎡(47.79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

2015년 3월 1일 (일) 00:00:00 | 지면 발행 ( 2015년 3월호 - 전체 보기 )

고향 같은 집

후회 없는 선택, 기대감을 충족시킨

예천 157.72㎡(47.79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

좋은 집과 나쁜 집을 구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중요한 한 가지는 거주자와 집과의 공감이다. 아무리 화려하고 뛰어난 기능이 있다고 해도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좋은 집이라고 말하기 어렵겠다. 그러한 면에서 예천에 위치한 이 집은 건축주 이전우(67)·박순자(65) 부부에게 안락함과 편리함, 기능까지 제공해 누가 뭐래도 좋은 집이라 하겠다. 쌀쌀한 기운이 제법 남아있는 날 건축주를 찾아 이 집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글·사진 백홍기 기자

거실 창으로 들어온 빛이 목재 마감재에 반사돼 실내가 아늑하고 은은한 빛으로 가득하다.
현관과 복도.
1층 게스트 룸. 벽면 전체를 수납공간으로 계획해 부족한 수납공간을 매꿨다.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원에 2027년까지 새로운 신도시가 들어서게 된다. 1단계 사업으로 올해 경북도청이 신청사로 이전하고 향후 3단계 개발 과정을 거쳐 신도시가 자리를 잡아간다.

건축주는 이곳 호명면에서 터를 잡고 살았었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이주하게 됐다. 정부는 원주민을 위해 인근 지역에 마을을 조성해 이주를 도왔다. 하지만, 일부는 새로운 터를 찾아 떠났다. 건축주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렇게 안착하게 된 곳이 지금의 하리면이다.

자의반 타의반 새로 집을 짓게 됐으니, 계획에 없던 건축계획을 세워야 했다. 건축주는 인터넷보단 직접 발품 팔며 시공사를 알아봤다.

“여러 곳을 다니다 시내 큰길 옆에 지어진 모델하우스를 보고 우연히 찾게 된 게 오색나무집이었어요. 건물 형태를 보고 상담을 의뢰했는데 건축비용도 적당한 게 마음에 들었어요.”

ㄷ자 형태의 주방은 동선을 최소화 하고, 식탁으로도 이용해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다.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단실 조명.

2층 홀. 천창은 실내를 밝게해주면서 생기를 더해준다.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집 설계

같은 단독주택이라도 시골집은 도심과 다르다. 농사짓게 되면 집 안팎으로 이런저런 다양한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게 처마다. 처마는 비와 햇빛을 차단하는 기능을 하지만, 시골에선 또 하나의 기능을 더한다. 곶감, 시래기, 메주 등을 햇볕에 말리기 위해 널어놓는 곳이 처마다. 그래서 도심의 단독주택에 비해 시골의 처마는 깊다. 이 집엔 그러한 기능을 더했다. 처마가 덱까지 덮어 비가 와도 활동하기에 좋도록 설계했다.

건축주는 실내 공간계획에선 살기 좋고 이동의 편리함을 강조했다. 또한, 공간이 넓어 보이도록 거실과 주방은 하나의 공간으로 이뤄지길 바랐다. 주방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다용도실이다.

“음식을 많이 준비해야 하는 제사 땐 화력이 좋아야 조리하기 편하죠. 그만큼 냄새도 많이 나기 때문에 다용도실에서 조리하는 게 좋고 행동 범위를 생각해 불편하지 않게 했어요. 수납공간도 많이 필요해 선반도 준비하고요.”

이렇듯 다용도실은 용도에 따라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다용도실은 설계단계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충분히 논의한 뒤에 계획해야 한다. 창호계획에선 1층은 환기 2층은 조광에 힘썼다. 창이 크면 여름 한낮에 햇빛이 필요 이상으로 들어 덥고 눈부심이 심해, 적절한 크기로 하고 처마로 햇빛을 가렸다. 하지만, 손자 손녀가 놀러 왔을 때 거주하는 2층의 아이들 방은 자연광이 충분히 들고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도록 천창을 계획했다.

아이들을 위해 밝고 활기찬 분위기로 꾸민 2층 방. 방 안의 천창은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1층 안방. 창 밖으로 처마가 보인다. 시골의 처마는 저장창고이자 차양이며, 빗물을 막아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야무지게 지은 집

작년 6월에 입주해 여름과 겨울을 나며 목조주택의 장점을 경험한 건축주. 비록 예전 토담집에서 생활할 때처럼 찜질방 같은 효과는 없지만, 편리한 구조와 냉·난방이 뛰어나 살기엔 더없이 좋다고 한다. 이 모두가 “야무지게 일을 잘 한다”고 칭찬한 오색나무집 덕분이라고 전한다.

“오색나무집에서 시공할 땐 기술자들이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오로지 일에만 열중하더라고요. 그래서 신뢰하게 됐습니다. 열심히 한 만큼 결과물도 좋아 만족합니다.

현재 집 주변은 조금 삭막해 보이긴 한다. 딱히 조경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평생 흙을 일구며 살아왔기에 땅이란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 아닌, 몸으로 부딪치며 얻는 땅의 풍요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토해 1m 가량 높아진 집터를 제외하고 나머지 땅은 텃밭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마당 한편엔 아담한 토담집을 마련해 전통 토담집을 개량한 찜질방도 지을 계획이다.

집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편리한 이동과 동선 계획, 다양한 공간 연출로 사용자의 편의성을 배려한 부분이 눈에 뛴다.

집은 우리에게 ‘쉼’을 제공한다. 몸과 마음의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쉬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고요하고 정적인 휴식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몸을 움직이며 새로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도 있다. 이 집의 건축주 부부는 후자에 속한다. 그들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건강한 에너지를 순환시킨다.

이 에너지 덕분에 아무리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공을 들여도 그것이 정신까지 고단하고 피폐하게 만들진 않을 것이다. 이 집 구석구석에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