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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관적 개념의 공간
2015년 12월 1일 (화) 00:00:00 |   지면 발행 ( 2015년 12월호 - 전체 보기 )

집, 주관적 개념의 공간


전통과 풍습을 지켜온 유림의 고장 안동. 그 명성에 어울리게 가는 곳마다 고택이 반긴다. 안동에서 만난 건축주 배찬일 씨는 안동 흥해 배씨 종가를 맡아왔다. 그러다 가까이서 종가를 지키기 위해 신축을 계획한 배 씨는 활용성과 편리성에 중점을 두고 집을 지었다.

글과 사진 백홍기  취재협조 대림ALC목조주택 www.dlwoodh.com


HOUSE NOTE
DATA
위치 경북 안동시 향교
대지면적 983.00㎡(297.87평)
건축면적 205.00㎡(62.12평)
연면적 205.00㎡(62.12평)
  단층 205.00㎡(62.12평)
건폐율 20.86%
용적률 20.86%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용도 제2종일반주거지역, 자연녹지지역
설계기간 2014년 10월 ~ 2015년 01월
공사기간 2015년 02월 ~ 2015년 08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이중 그림자 슁글
  외벽 - 파벽돌, 시멘트 사이딩
내부마감
  천장 - 미송루바, 실크벽지
  벽 - 수입석, 루바, 실크벽지
  바닥 - 대나무 원목마루
  창호 - 시스템 창호
단열재
  지붕 - R30
  외벽 - R19
  내벽 - R19
  바닥 - 기포콘크리트
주방기구 한샘 딜만 하이라이트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기름보일러

설계 및 시공
대림ALC목조주택
054-855-5681 www.dlwoodh.com

집을 짓는다는 건 누군가의 로망이고, 새로운 시작일 수 있으며,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평생의 한풀이일 것이다. 또, 경제적 관념에서 본다면 집은 자산을 늘리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목적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졌지만, 거주자의 휴식과 재충전 그리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소중한 공간이라는 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혼자일 때보다 여럿이 채울 때 더욱 빛이 난다.

거실은 종갓집이라 제사가 잦고 찾는 친인척이 많아 넓어야 했다. 장식적인 요소의 구조물은 오히려 방해물이다. 구조는 최대한 간결하게, 가구는 꼭 필요한 것만 배치해 공간의 활용성을 높였다. 거실은 현관, 마당, 침실, 주방을 연결하는 중심이면서 동시에 부모와 자녀방의 독립성을 형성해 연결과 차단, 공유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운명처럼 지은 종가집
건축주 배찬일 씨의 어린 시절은 과거의 공간에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았다. 집안 어른들의 전통을 지키며 풍습을 따르는 모습을 보고 익히면서 옛것의 소중함을 한 켜 한 켜 성곽처럼 단단하게 쌓았다.
“어려서부터 어른이 되면 당연히 종가를 지키고 집안 제사를 이어가야 할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변함없고요. 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명감이 아니라 운명이고 지켜야 할 게 아니라 당연히 지내야 하는 거죠.”
새로운 것과 편리함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틀에 갇힌 전통양식과 풍습이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도심에서 교편 잡으며 아내와 아이들과 아파트에 오붓한 삶을 꾸리던 배 씨는 오랜 세월 편리함에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자신의 길을 잊지 않고 본연의 자리를 찾아갔다. 마치 선비가 자신의 학문을 닦기 위해 깊은 산을 찾아 칩거하듯.
집을 짓는 일도 쉽지 않았다. 땅이 있으나 내 땅이 아니었다. 문화재보호구역내에서는 신축뿐만 아니라 재축, 증축, 보수할 때 각종 규제가 따른다. 배 씨 역시 종가와 근접한 집 앞에 터를 잡으려고 했으나 거리 제한으로 좀 더 아래쪽에 집을 지어야 했다. 집도 단층으로 계획했다. 종가를 가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450년간 대대로 이어온 집이었지만, 내 것이 아닌 공공의 자산이라는 것을 그는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새 집은 옛집과 안동의 명산인 갈라산을 마주 보고 나란히 배치했다.
주방은 양옆으로 넉넉한 수납공간을 만들고, 추가로 정면과 오른쪽에 다용도실을 확보했다. 다용도실은 이 집의 핵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짐을 쌓아두는 창고, 제사에 필요한 보조주방, 대물림해온 제수용품을 보관하는 장소로써 다양하게 사용해 집을 한결 깔끔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안방. 간결하고 단순한 공간에서 건축주의 성향이 느껴진다. 정면 창은 온실이다. 휴식과 명상을 위한 공간이면서 취미 공간이기도 하다. 건축주의 성품과 생활에서 선비의 정갈하고 절제된 모습이 전해진다.
아이방은 동쪽에 배치했다. 건축주에 의하면 예부터 아이방은 해가 가장 먼저 비추고, 종일 밝은 위치에 뒀다고 한다. 자라나는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선조들의 마음이 전해진다. 동쪽과 남쪽에 설치한 창으로 이 방은 늘 밝은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집주인 중심으로 지은 집
집은 사는 사람에 따라 구조와 동선이 다르게 마련이다. 좋은 집이란 보편성을 적용하지 않는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거주자를 위한 집이라야 좋은 집이다. 공간의 열림과 막힘, 배치는 거주자의 시각에서 이뤄져야 한다. 
건축주의 집은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제사 때마다 찾는 친인척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 많은 사람이 제사라는 연래 행사를 치르기 위해 우선 거실이 넓어야 했다. 장식적인 요소는 그다음이다. 
60평이 넘는 집에 방은 단 3개만 뒀다. 방 크기도 집의 규모에 비하면 아담하다. 나머지 공간은 거실과 주방, 요소요소에 숨겨진 다용도실이 차지한다. 다용도실은 이 집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예뻐서가 아니다. 두 남자아이를 키우면서 그동안 쌓인 짐만 해도 한 트럭 분량은 거뜬히 채우고 남으며, 종가의 제수용품 또한 그 양이 만만치 않아 수납을 위해 넉넉한 공간이 필요해서다. 특히 제수용품은 대대로 물려온 것이라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어 잘 모셔야 했다. 
공간 배치에서 아이방 위치를 선택하는 이유는 사뭇 다르다. 예부터 자라나는 아이의 방은 가장 좋은 위치에 배치했다고 한다. 집 안에 햇빛이 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선조들은 아침에 가장 먼저 햇빛이 비치고 종일 밝은 빛으로 가득한 동쪽에 아이방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배 씨도 그런 선조들의 믿음을 따라 아이방을 동쪽에 뒀다. 안방은 거실을 사이에 두고 서쪽에 배치했다. 어린 자녀지만, 간섭을 줄이기 위한 배려다. 
건축주가 어린 시절을 보낸 450년 역사를 간직한 흥해 배씨 종가. 건축주의 새 집은 가까이서 종가를 보살필 수 있게 종가 앞에 나란히 배치했다. 현재 종가는 대대적으로 수리하고 있으며, 수리가 끝난 뒤엔 고택 체험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족은 든든한 버팀목
집을 짓는 사람은 다양한 변수에 임기응변이 뛰어나야 한다.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를 한 다음에 집짓기 시작해도 어디선가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난다. 건축주가 입주하고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야 그제야 안도감이 밀려든다. 
더위가 시작될 무렵 마무리 공사 가 한창일 때 건축주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손님이 유독 많아 본채 거실만으로는 공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였다. 사랑채가 필요했다. 그런데 사랑채를 앉힐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이미 모든 건축물이 배치가 끝난 상황이라 여유 있는 공간이 없었어요. 가장 적당한 위치에 이미 정자를 지어놓은 거죠. 그런데 최우열 대표가 간단하게 해결해 줬어요. 정자를 들어서 옮긴 거죠. 쉬운 일이 아닌데. 안 된다고 할 수도 있는데, 당연한 일처럼 쉽게 처리해주니 고맙고 믿음이 갔죠.”
혼자 길을 떠나 오랜 시간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건축주는 가족이 되어있었다. 고난과 역경의 세월도 초연히 흘려버릴 수 있게 할 가족이다. 해맑은 아이들과 조용하고 든든한 아내가 있기에 그는 묵묵히 흥해 배씨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 
건축주의 취미를 위해 계획한 온실이다. 안방과 연결해 집 안에서 관리할 수 있게 했다.
가벼우면서 꽉 찬 삶을 살고 있는 건축주 가족이다. 가족이 앉아 있는 곳은 마당 한편에 마련한 정자다. 그 뒤로 사랑채가 살짝 보인다. 사랑채는 손님이 많아 거실만으로 부족한 공간을 확보하면서 서재로 활용하는 건축주만의 공간이다.
문의
대림ALC목조주택
T  054-855-5681  W www.dlwood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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