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운 고향에 다시 지은 순천 주택
나고 자라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수구초심이란 말이 있듯 나이가 들면 그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는 것일까. 건축주 부부는 행사나 모임 때문에 수시로 고향을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해소할 겸 가평 현리에서 8년 동안 살던 전원주택을 팔고 고향에 다시 주택을 지었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 취재협조 서진건축
HOUSE NOTE
DATA 위치 전남 순천시 별양면 이미길 지역/지구 자연녹지지역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661.16㎡(200평) 건축면적 100.00㎡(30.25평) 건폐율 15.12% 연면적 100.00㎡(30.25평) 용적률 15.12% 설계기간 2017년 1월~3월 공사기간 2017년 3월~6월 건축비용 1억 5000만 원(3.3㎡당 500만 원)
설계 및 시공 서진건축 1666-3538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테릴기와 벽 - 이화벽돌, 세라믹 사이딩 데크 - 방킬라이 내부마감
천장 - 홍송 벽 - 합지도배 바닥 - 강마루(LG하우시스) 단열재
지붕 - 인슐레이션 외벽(외단열) - 인슐레이션 내단열 - 인슐레이션 창호 페도라시스템 현관문 엘도어 조명 직접 구입 주방기구 제작 위생기구 한샘 난방기구 기름보일러  평면도
‘메멘토 모리’란 말이 있다. 고대 로마에서 승리를 쟁취한 장군이 행진을 할 때 울려 퍼졌던 ‘메멘토 모리’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다’를 뜻한다. 더 나아가 승리를 했다고 해서 자만하지 말고 모두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애플의 신화 스티븐 잡스는 스탠포드대학교 연설에서 이를 강조해 화제를 모았다.
“내가 곧 죽는다는 걸 기억하는 건 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왜냐하면 외부의 기대든, 자존심이든, 망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든 간에 죽음 앞에서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기억하면 정말로 중요한 것만 남습니다.”
췌장암 투병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스티븐 잡스는 연설에서 “죽음은 삶이 만든 단 하나의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낭비하지 말고 내면에 집중하고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티브 잡스는 라틴어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를 강조하며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자아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고 있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언젠가는 은퇴가 도래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오게 된다. 건축주 부부는 그 순간을 나고 자라온 고향에서 맞이하고픈 마음에 고향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첨산 아래 살포시 앉힌 주택. 현관을 중심으로 좌측으로 거실과 주방, 부부침실을 두고 우측에 게스트룸을 배치했다.
 거실은 박공지붕을 살려 천장을 높게 하고 전면창을 크게 내어 농촌 풍광이 시원스럽게 들어온다.
 거실에서 이어진 주방. 우측으로 다용실과 주택 뒷면 데크로 연결돼 있어 주부의 동선이 편리하다.
30여년 만에 고향땅에 집 짓다
건축주는 고향인 전남 벌교를 떠나 상경한 뒤 30여년을 한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줄곧 서울에서 살았다. 은퇴 후엔 자녀들이 살고 있는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가평으로 귀촌해 소일거리로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가평에서 8년 동안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아내가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할 일을 다 했다고 할까요. 다니던 회사에서 인정을 받으며 직장생활도 충실하게 했고 자녀들도 모두 출가시켰으니까요. 은퇴 후 새로운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일과 휴식이 공존하는 전원으로 가기로 결정했죠. 8년 동안 전원에서 재미있게 잘 살고 있었는데, 가족모임 동창회 애경사 등 고향까지 오가야 하는 일이 자주 생기다보니 불편했어요. 아내가 차라리 고향으로 가서 살자고 하더군요.”   현관에 들어서면 마주하는 공용욕실. 수납공간을 위해 욕실 옆에 별도의 수납장을 설치했다.
아내의 권유에 따라 건축주는 고향으로 가기로 했다. 가평 현리에 지었던 전원주택을 2015년 12월에 정리하고 고향에서 월세로 살면서 마땅한 부지를 알아보았다. 2016년 1월에 고향 벌교와 멀지 않은 순천 별양면에 지목이 답沓 인 295평을 구입했다. 집지을 부지로 200평을 대지로 전용하고 95평은 텃밭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부지가 논이어서 형질변경 및 복토를 해야 했고, 기반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생땅이다 보니 앞뒤로 축대를 쌓고 길도 내야 했다. 복토를 하는데 흙이 15톤 트럭으로 50차가 들어갔다.  아늑하게 꾸민 부부 침실
 부부가 편리하도록 별도의 욕실을 설치했다.
 자녀들이 오거나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게스트룸
시공사는 가평 현리에 전원주택을 지은 서진건축 김현균 대표에게 다시 맡겼다. “서진건축 김현균 대표와는 서울 학여울 전시장에서 개최된 건축박람회에서 만났어요. 인연이 닿으려고 그랬는지 첫 만남에서 끌리더라고요. 그래도 시공사 선택을 잘해야 한다는 것을 여기저기서 보고 들었던 터라 서진건축이 지은 집과 현장 몇 곳을 확인해본 후에 계약을 했었죠. 집 지으면서 김 대표와 호흡이 잘 맞았고, 집도 원하는 방향대로 잘 나와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가평에 살면서 전원주택을 지으려는 7명의 예비 건축주를 소개시켜주기도 했어요. 아무 대가 없는 순수한 마음이었죠.”   심플하고 아담하지만 포치와 공간별 박공지붕 경사가 달라 단조롭지는 않다.
 현관 좌측으로 설치된 데크는 정원으로 연결된다.
 전원의 여유를 맘껏 즐기도록 곳곳에 평상과 테이블을 설치했다.집은 간소하고 심플하게 짓기로 했다. 자녀들이나 손님이 올 경우를 위해 방 한 칸을 더 두고, 공용공간인 거실과 주방을 넓게 내기로 했다. 2016년 3월 26일 공사를 시작해서 6월에 완공을 보았고 준공검사를 마친 후 바로 입주했다. 공사비는 조경까지 포함해 전체 3억 원 정도 들어갔다.  주택 뒷면 데크는 주방과 연결된다.
 정원 곳곳에 온갖 종류의 야생화가 군락을 이뤄 정글을 방불케 한다.
 마당 한쪽에는 아담하게 놓인 장독대가 왠지 정겨워 보인다.전남에서는 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옛부터 교육, 교통, 산업, 문화의 중심지였던 순천. 전남의 동남쪽에 자리한 순천은, 조계산·순천만 등 산과 바다가 함께 있고 비록 인공호지만 주암호와 승평호 등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고장으로 유명하다. 건축주 부부는 먹거리가 풍부한 순천으로 진작 오지 못한 게 아쉽다고 한다. “순천은 기후가 좋고 먹을 게 매우 풍부해요. 산과 바다가 가깝다보니 산나물, 채소, 과일, 해산물 등 먹고 싶은 대로 골라서 먹을 수 있어요. 매달 5일 10일에 열리는 웃장과 2일 7일에 열리는 아랫장에 나가면 없는 게 없을 정도에요. 물가도 싼 편이고요. 형제들과 친구들도 이곳에 다 있는데 빨리 안 온 게 후회스러워요.”   정원에서 주택 입구를 따라 놓인 맷돌 징검다리는 동심을 불러일으킨다.<Country Home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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