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발생의 해결사, 설계도서 현장 취재 중 집의 구조재 사용이 궁금해 건축주들에게 설계도서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면 배치도와 입면도, 평면도, 설비도가 전부입니다. 구조 도면은 아예 보기조차 힘듭니다. 내보이는 것은 설계도면이지 설계도서가 아닙니다. 계약서에는 설계도서가 따라붙어야 정상입니다. 설계도에는 설계의 의도를 일정한 규약 하에 도시圖示한 것으로, 설계 전반을 나타내는 도면 외에 구조도·설비도를 포함합니다. 시방서는 시공 방법, 재료의 종류와 등급, 자재 메이커의 지정, 공사 현장에서의 주의 사항 등 설계도에 표시할 수 없는 것을 기술한 문서입니다. 건축관계 설계도는 우선 부지에 대한 배치도가 필요합니다. 건물의 대소大小에 따라 1/1000∼1/200 정도로 그리며, 평면도·입면도·단면도·전개도 및 각부 상세도에 의해 형태와 시공법施工法을 표시합니다. 그리고 설비도는 전기(동력·조명·통신)·급배수·공기 조절의 각 부분으로 나뉩니다. 설계도서란, 〈건축법〉에 ‘건축물의 건축·대수선이나 건축 설비의 설치 또는 공작물의 축조에 관한 공사용의 도면·구조 계산서 및 시방서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앞에서 언급한 것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럼 왜 목조주택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단독주택들은 제대로 된 설계도서 없이 지어지는 것일까요? 설계도서를 포함한 정상적인 계약서를 뽑으려면 건축주가 그만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국가나 지자체에 낼 공과금만 부담하지 설계비는 생각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공업체의 입장에서는 설계하는 사람과 내역서를 뽑는 사람을 관리하려면 당연히 설계비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건축주는 설계비를 줄 생각은 안 하면서 집이 완벽하게 지어지기를 바랍니다. 설계도서가 완벽할수록 그만한 결과물이 나오므로 거기에 드는 비용은 보험료 이상의 역할을 하는 데도 말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시방서란 공사에서 일정한 순서를 적은 문서입니다. 여기에는 설계도에 나타내기 어려운 재료의 종류와 품질, 사용처, 시공 방법, 준공 기일 등을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양평의 모 펜션을 취재하던 중에 본 설계도서 시방서에는 욕실 천장을 마감한 제품의 메이커 이름을 물론 그 제품을 설치한 주택의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이곳 건축주는 이렇듯 계약 전 협의를 완벽하게 했기에 서로 낯붉힐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한편 어정쩡한 시방서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합니다. 계약서에 첨부되는 서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시공 과정이나 시공 후 그만한 구실을 하기 때문입니다. 수천에서 수억짜리 전원주택을 짓는데 그토록 중요한 설계비를 아껴서야 되겠습니까? 설계비 공짜! 이 세상에 밑지고 장사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싼 게 비지떡이라고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설계비는 주택 하자 보험료라는 사실이 확산되기를 바라면서 지금까지 월간 전원주택라이프 윤홍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