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원주택라이프



[실속 있는 집] 30년 넘게 한 자리 지킨 안동 107.5㎡(32.5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

2011-05-16

마을 집들이 빼곡히 들어선 골목 중간 즈음에 갓 지어 단정하고 깔끔한 주택 하나가 있다. 골목 양쪽으로 늘어선 집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중간 즈음에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여느 집들과 달리 보수공사로 바쁜, 아직 새집 냄새 나는 주택이 있다. 나무색 그대로의 멋 내지 않은 목조주택이 본래 있던 집인 양 자연스레 이웃집과 어울린다. 태생은 아니지만 본래의 안동 권씨 종손 마을로 시집와 일생을 살게 된 권륜혜 씨의 주택이다. 건축정보 · 위 치 : 경상북도 안동시 운안동 · 건축면적 : 107.5㎡(32.5평) · 대지면적 : 175.2㎡(53.0평) · 건축형태 : 복층 경량 목조주택 · 외 벽 재 : 시멘트 사이딩 · 지 붕 재 : 금속기와 · 내 벽 재 : 실크벽지, 몰딩 ·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 시 공 : 대림ALC목조주택 054-855-5681 www.dlwoodh.com 단층집들 사이에 한 층을 더 얹은 2층짜리 빨간색 지붕이 이목을 사로잡는다. 도심에서 멀지 않지만 옛 고장 그대로의 분위기와 집들이 유지되고 있는 이곳은 마주 본 집과의 좁은 간격만큼 이웃 간의 화기애애함이 자랑인 동네다. 오죽하면 건축주도 30년을 살고도 아무래도 못 떠나겠다며 그 자리에 눌러 앉겠다 했겠는가. 사람이 있고 집이 있다는 말이 들어맞는 격이다. 난방을 안해도 따듯하다는 주택은 멀리서 오는 손님을 맞아 오래간만에 가동시킨 보일러로 훈기 가득하다. 건축주 권륜혜 씨는 혼자 사는 주택 곳곳에 딸, 아들, 손자, 손녀들의 사진으로 꾸며놓아 마치 3대가 살듯 쓸쓸함이 엿보이는 공간은 없다. 2층을 자식들의 방문 시 사용하는데 혼자 있을 때는 종종 올라 마을을 둘러보는 용도로 쓴다. "전에 살던 집은 앞집처럼 1층짜리였으니까 마루 목에 나가 앉아 바람 쐬는 게 다였지. 근데 이제는 2층에 올라가면 동네도 시원하니 다 보이고. 그게 좋아." 재건축, 한옥에서 목조로 1층은 안방과 거실 · 주방으로, 2층은 작은 방과 화장실로 구성했다. 1층은 78.1㎡(23.6평), 2층은 29.4㎡(8.9평)로 혼자 살기에는 비교적 넓은 공간 같지만 친구들과 가족의 잦은 방문으로 활용도는 높다. 전에 살던 집을 허물고 같은 장소에 지은 것이라 주변 환경은 같지만 한옥에서 목구조로 형태가 바뀌었다는 것이 큰 변화다. 같은 양의 보일러 기름을 떼도 훨씬 오래, 많이 따듯하다는 권 씨의 말처럼 주택은 창 사이로 바람 하나 들지 않으니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특별한 요구사항이 없었던지라 공사는 빠르게 진행됐다. 11월에 착공해 두 달 만에 준공을 보았으며, 아들 친구에게 설계를 맡긴 터여서 공사 중 그리 속 썩이는 일은 없었다. 비록 담으로 가려졌지만 정면으로 —자로 덱을 설치해 나름 전원 분위기를 냈다. 해가 드는 방향으로 거실, 주방/식당이 자리를 잡고 채광에 불리한 곳에 안방과 욕실, 계단실을 배치했다. 현관 우측에 놓인 거실과 주방/식당은 단일 공간으로 묶어 노모의 이동을 편리하게 한 것이 눈에 띄고, 거실과 맞닿아 계단실을 놓아 역시 이동이 쉽게 했다. 이렇듯 전체적으로 실 배치와 공간 구성 등 노모를 최대한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배려 많고 우애 좋은 이웃, 친구 노년을 즐겁게 살고 있는 권 씨는 매일 수영과 각종 모임에 참석하느라 바쁘다고. 몇 달 전 다리를 다친 이후로 앞집 이웃이 매일 아침 차로 수영장에 동행한다. 으레 그랬다는 듯 선의의 오고감이 이웃 간 오랜 정을 알 수 있게 한다. 시공을 맡은 대림ALC목조주택 최우열 대표가 한마디 거든다. "공사할 때 '트럭이 들어와야 하니까 근처에 주차 말아달라'이야기했는데 웬걸 그 다음 날 보니 차가 한 대도 없더라고요." 서로를 보살피고 배려하는 동네 주민들의 마음 씀씀이가 권 씨의 안동자랑 중에서도 손꼽히는 것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공기 좋은 자연환경은 사람 좋은 주민들과 어우러져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를 조성하는 요인이 된다. 또한 대부분이 낮은 단층집들로 담마저도 낮아 이웃들과 동네 방문자 모두를 한껏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모양새처럼 살갑기 그지없다. 새로 지은 건축주 주택 역시 다르지 않다. 집은 사람 따라 지어지고, 집을 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을 알 수 있다. 글 권정희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 < Country Home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