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마을, 낮은 언덕을 등지고 탁 트인 논밭을 바라보며 동향으로 앉혀진 주택이다. 건축주 부부는 노후를 위해 필요한 것만을 갖춘 아담한 주택을 짓기 원했다. 비슷한 규모의 이웃집과 보기 좋게 나란히 건물을 올리고 진입로와 기다란 형상의 마당이 연결되도록 해 아담한 부지는 더욱 시원스러워 보인다.

"양평에 온 지도 10년이나 됐지."
서울 아파트에 거주하던 건축주 박덕수(59세) 씨는 아들의 대학 입학으로 삶의 전환점에 이르자 은퇴를 앞두고 노후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평소 음식 솜씨 좋은 아내가 식품업과 농사를 하자고 제안했고 장독을 둘 넓은 마당이 필요해 양평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후 박 씨는 평일에는 서울로 출퇴근하고 주말엔 아내와 농사를 지었다.
"양평은 서울보다 겨울이 길고 추워요. 두 식구가 사는데도 난방비 지출이 엄청났지. 내가 일을 그만둘 날은 점점 가까워져 오고…. 이대로 가다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가 들수록 불필요한 살림은 줄이고, 흙 가까이에 살다가 빈 손으로 떠나는 거지."
건축주 부부는 23평 남짓한 크기의 집을 짓기로 했다. 집에 들어가는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처음부터 아들을 위한 공간은 생각하지 않았다. 젊은 사람은 도시에서 열심히 일하며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고, 열심히 생활하는 아들에게 주말마다 의무적으로 양평에 내려와야 한다는 부담감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다.
살던 집을 정리하고 농지와 작은 오두막 겸 창고는 그대로 남겨두고 옥천리에 부지를 마련했다. 옥천리는 양평에서도 시골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으며 가까운 곳에 레포츠 공원이 있고 냇가가 있어 가벼운 운동을 즐기고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보건소가 가까이 있는 것 역시 부부에게 좋은 조건이었다. 부지 마련 후, 2011년 6월에 시작한 공사는 11월이 돼서야 끝났다. 장마를 피하고 옆집과 하수도를 연결하는 일로 시간이 지체돼 부부는 올 1월 초에야 입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