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는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충남 서천의 빈농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의 허름한 초가집 옆에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덩그렇게 높고 큰 기와집이 있었다. 끼니조차 때우기 버거웠던 때, 삼시三時 기와집 굴뚝에서는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당시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을 짓고 살아야지!’ 하는 할아버지의 한숨 섞인 소리는 어린 맘에도 사무쳤다. 결국 사업을 일으켜 금의환향한 건축주는 이곳에 기와집을 지어 3대에 걸친 소망을 일궈냈다.

한국의 전통 가옥에다 현대 주거생활의 편리함을 접목시킨 보기 드문 전원주택이다. 뼈대는 전통 방식인 목구조로 결구하고, 평면은 입식부엌과 욕실, 화장실 등을 현대적으로 배치했다. 또 방바닥은 하인방 밑 400㎜ 지점에 벌레의 서식을 방지하려고 소금을 뿌린 후, 그 위에 항균과 습기 제거용 참나무숯을 100㎜ 정도 깔고 다시 마사토를 덮은 다음 황토로 마감했다. 특히 내력벽과 비내력벽 모두 질이 좋은 황토를 짚과 함께 반죽해 180㎜ 두께로 심벽치기함으로써 축열 효과를 높인 게 특징이다.

본채는 목구조 흙집으로 평면 간間잡이는 ‘ㄱ’자 형태다. 대청 좌우에 안방과 건넛방을 배치하고, 안방 옆에는 다용도실과 주방을 그 앞에 구들방 하나를 덧붙인 후 단을 높여 누마루를 냈다. 그리고 건넛방 옆에는 화장실과 욕실, 보일러실을 내 ‘ㄱ’자형을 이룬다. 터를 반듯하게 다듬은 다음 외벌 기단을 쌓아 초석을 놓은 후, 원형기둥을 반듯하게 세우고 벽체에 빗물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단보다 길게 뽑은 우진각지붕(네 면에 모두 지붕면이 만들어진 형태)의 처마선이 전통미를 더한다. 취사 공간인 입식부엌은 가구를 ‘ㄱ’자로 배치했으며 여기에 잇대어 다용도실과 장독대로 통하는 문을 내 전통가옥의 단점인 긴 동선을 단축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