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 이정규(30), 송미숙(30) 부부는 오랜 연애 끝에 올해초 결혼에 골인했다. 신혼집은 부부가 나고 자란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이곳 전북 진안에 자리했다. 이정규 씨 소유의 농지를 전용해 터를 다지고 집을 올렸는데,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들이 만만치 않았다. 지난 준비 기간을 회상하며 한숨 쉬다 웃었다를 반복하는 건축주 부부. 이들이 겪은 집짓기 과정을 들어보자.
글·사진 박치민 기자  디자인 이정미

건축주 부부가 농지전용하고 토목공사를 하기까진 집짓는 과정이 비교적 수월했다. 문제는 본격적인 공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시공사 선정에 있었다. 평생의 보금자리를 홈페이지나 팸플릿만 보고 더럭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쉬는 날만 되면 전국을 다니며 관련 정보들을 수집했다. 도심이 아닌 시골인지라 발품을 팔며 공부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터파기도 전에 알아야 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집 한 번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들이었다.
“여러 업체들을 만나봤어요. 저희가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집짓는 데에 잘 모르겠거니 생각하는 분도 있더라고요. 흔히 바가지 씌운다고 하죠? 너무 눈에 뻔히 보이는 데도 그러기에 진행 도중에 종종 마찰이 생겼죠. 계약 직전에 돌아선 경우도 있었어요.”
시공사 선정에 있어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신뢰다. 집은 신뢰로 짓는다는 말도 있는데, 그 신뢰가 흔들릴 때마다 건축주 부부는 서로 대화하며 재고했다. 그 기간만 무려 약 1년이었다.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부부는 고생한 만큼 공부가 됐다고 말한다.
계약을 취소하고 부부는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공부했다. 그때 비성건축 심태영 대표의 저서 「이것이 스틸하우스다」(토우, 2012)를 만났다. 건축주 시각에 맞게 다양한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그 책으로 공부하던 부부는 결국 인천의 비성건축 사무실까지 찾아갔다.
“상담하면서 비성건축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어요. 믿음이 가더라고요. 거리가 먼 점도 문제되지 않았고요.”
단 몇 번의 상담으로 계약을 결정한 건 아니다. 시공사의 의견을 들었으면 그 시공사가 지은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의 말도 들어봐야 한다는 게 건축주 부부가 그간의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이었다. 마침 전남 담양에 비성건축이 시공한 주택이 있어 부부는 그곳의 건축주를 찾아갔다.
“공정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현재 사는 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 다양한 얘기를 나눴어요. 건축주는 전부 만족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속 편하게 지으려면 비성건축에 맡기는 게 좋다고 했어요. 그때 계약을 결정했죠.”



화이트 계열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주방/식당. 넓게 트인 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풍부한 채광이 주방/식당까지 가득하다.

심플한 인테리어를 강조한 건축주 부부의 요구에 따라 밝은 계통으로 공간의 미를 살렸다.

부부 침실 한 켠에 구성한 드레스룸

기능을 생각한다면, ‘스틸하우스’
집은 당연히 구조, 기능, 미의 3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이상적이다. 그러나 건축주의 성향에 따라 강조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집은 디자인이 빼어나 구조나 기능면이 부각되지 않는가 하면, 반대로 구조나 기능에 중점을 둬 실용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도 있다. 진안 주택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다. 기밀, 단열, 위생 관련 등 우선 사는 데 불편이 없어야 한다는 게 건축주 부부의 생각이었다.
“집은 사람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잖아요. 따라서 일단 편하고 기능적으로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견고한데다 설계 변형도 수월한 스틸하우스로 결정했어요. 공기(工期)가 짧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기능하면 단열, 단열하면 기밀성이다. 아무리 두껍게 단열해도 틈새가 생기면 소용 없다. 진안 주택은 스틸스터드 사이에 방음 및 단열 효과가 우수한 인슐레이션을 모두 충전했으며, 지붕·벽 등 용도에 맞는 각각의 제품을 사용했다. 흔히 스틸하우스의 단점으로 결로와 차음 성능을 꼽는데, 이 점이 무색하리만큼 기밀 시공에 만전을 기했다.
“스틸하우스가 결로나 소음에 약하다고 하던데, 살아보니 전혀 문제 없더라고요. 소음의 경우 창 하나만 닫으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것처럼 뛰어나요. 그리고 아무리 스틸에 친환경 자재라 해도 새집은 냄새가 좀 나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베이크아웃*을 했어요. 보일러 가동시키고 꽤 오래 지났는데도 내부는 여전히 훈훈하고 연료 게이지엔 큰 변동이 없더라고요. 처음에 열기가 확 돌아가고 계속 유지되니까 연료 게이지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은 거죠. 그때 단열 성능이 뛰어나다는 걸 느꼈어요. 자재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중요한 건 역시 시공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