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집] 잔잔한 바이올린 선율이 아름다운 양평 165.2㎡(50.0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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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집] 잔잔한 바이올린 선율이 아름다운 양평 165.2㎡(50.0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

2012년 1월 18일 (수) 11:49:20 | 지면 발행 ( 2011년 12월호 - 전체 보기 )

건축정보
· 위 치 :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 부지면적 : 1157.0㎡(350.0평)
· 건축면적 : 165.2㎡(50.0평) 1층 115.7㎡(35.0평), 2층 49.5㎡(15.0평)
· 건축형태 : 복층 경량 목조주택
· 외 벽 재 : 인조석
· 지 붕 재 : 금속기와
· 천 장 재 : 실크벽지, 원목
· 내 벽 재 : 실크벽지
· 바 닥 재 : 온돌마루
·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 설계 및 시공 : 집공작소 031-772-6970 www.aboutwood.com

동서남북으로 이웃집과 마주한 주택이다. 이웃 사람을 사귀며 어울려 지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산을 접하지 않고 트여있는 부지를 찾았다. 기본에 충실한 외관, 짜임새 있는 포치와 지붕, 넓게 두른 덱은 주택에 안정감을 준다. 서울심포니 지휘자였다가 양평 문화원의 바이올린 선생님이 된 건축주 송석우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이웃과 정을 나누며 한가로운 전원생활을 한다.

건축주 송석우(72세) 씨에게 양평은 제2의 고향이다. 처음엔 서울과 가까우며 강이 보이는 경관이 아름다워 이사 왔다. " 양평에서 지내다보니 참 살기가 좋아요. 도로가 한적해서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좋고, 근처에 전망 좋은 음식점이나 카페도 많지. 음악도 좋고 강물 흐르는 것도 보고…. 주말에는 이웃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지요"한다.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살 주택을 계획하면서 망설임 없이 양평을 택했다고.
송 씨는 작년 7월 서울 심포니 지휘자를 은퇴하며 노후생활을 위한 주택을 지었다. "처음엔 아내와 둘이 살 거니까 아담한 크기의 집을 지으려고 했지요. 거실, 부엌, 안방, 서재만 있으면 되겠다 싶었어. 마당에서 텃밭 돌보고 좋아하는 음악 실컷 들으면서…."하지만 주말마다 놀러 올 자녀와 사위, 며느리, 손자들을 생각하니 아담한 주택은 왠지 아쉬워 별도의 공간을 두기로 했다.
"50평쯤 되는 2층집이면 좋겠는데…."
송 씨는 교회에 다니며 오래 알고 지낸 집공작소 신상용 대표에게 말을 건네며 집 짓는 일에 물꼬를 텄다. 신 대표는 50평과 2층집이라는 말만 듣고서 평소 친분 있던 송 씨의 취향에 맞추고 건강까지 고려해 튼튼한 집을 지어 드리겠노라 했다. 그는 역시 신 대표의 안목과 노하우를 믿고 있던 터였다. 그는 "한 번은 친구 집 지어 놓은 데를 가 봤는데 현관 문고리를 잡았더니 휘청휘청해. 내가 나이가 들어서 신발 신을 때마다 문짝에 기대기도 하고 문고리를 잡기도 하거든. 우리 집은 현관 뿐아니라 화장실, 침실, 부엌 전부 다 튼튼하지"라고 말했다.

취향에 맞춰 분위기 살린 집
주택은 군더더기 없다. 외관은 은은한 베이지색과 흰색의 파벽돌을 적절히 배합해 붙였고 짙은 색의 금속기와 지붕
으로 밋밋함을 극복하고 멋스러움을 더했다. 주택 정면으로 낸 거실 창을 중심으로 좌측엔 현관과 포치가, 우측엔 1, 2층의 지붕이 있어 비례를 맞춘다. 주택에 테두리 두르듯 만든 덱은 난간기둥을 촘촘히 세워 화초를 올리거나 잡고 걷기에 끄떡없다. 마당 가운데는 개집이 있어 아침마다 송 씨는 의자를 가져다 놓고 곁에 앉아 백구와 놀아준다. 여름 농사를 마친 텃밭에는 줄 맞춰 심은 배추가 수확을 기다리고 정원엔 소나무들이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내부는 건축주 취향과 생활의 편의를 고려해 꾸몄다. 일반적으로 현관과 가장 멀리 떨어져 깊숙한 곳에 아늑히 자리 잡은 곳을 부부의 침실로 쓴다. 그러나 주택은 현관과 가장 가까운 곳에 침실로 놓았다. 대신 가장 안쪽, 거실 및 주방과 인접한 방은 작업실 겸 음악실로 만들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방문을 열어 두면 거실과 주방에서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실 아트월도 독특하다. 화려하게 꾸며 한가운데 텔레비전을 두는 대부분의 주택과 달리, 산호석을 깔끔하게 붙이고 선반을 달아 그동안 받은 트로피, 지인이 그려준 초상화 등 평소 아끼는 소품들을 뒀다. 그 옆에는 건축주가 아끼는 피아노가 놓였다. 2층은 손님방과 작은 서재, 욕실로 구성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에서 바이올린 할아버지로
은퇴 후 송 씨는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양평 문화원으로 부터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바이올린 레슨을 제안 받았다. 일주일에 두 번 총 4시간, 레슨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지만송 씨는 벌써 연말 계획까지 세우며 열심이다.
"학생들은 꼬마부터 어른까지 다양해요. 연습도 아주 열심히 하고 제법 잘해. 은퇴하고 한창 노는 재미에 빠졌다가 레슨 준비하느라 다시 바빠졌네요. 연말에는 같이 음악 하는 지인들을 불러 합주도 하고 연주회도 해볼 생각인데. 학생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거야."
음악에 대한 송 씨의 열정은 남다르다. 클래식 공연이 생소하던 시절 바이올린을 공부해 관현악단의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했다. 세종문화회관 전신인 시민회관에서 연주를 하고 전국으로 오페라 순회공연도 다녔다. 지천명의 나이에는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가 되기 위해 미국을 오가며 공부하다가 우크라이나의 키예프Kiev로 유학을 떠났다.
음악을 위해 50년을 쉼 없이 달렸다. 지금과 달리 열악하고 부족했던 시절에 함께 공연하고 연습하며 무대에 올랐던 동료들과 공연 후면 어김없이 모여 술을 마시고 음악 얘기를 나눴다. 송 씨는 아직도 인연이 깊은 지인들을 초대해 연주도 하고 맛있는 저녁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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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는 늦은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을 좋아한다. 음악 공부를 하던 시절, 연습을 끝낸 새벽에 책도 읽고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서울과 달리 저녁 9시만 돼도 깜깜해지는 이곳에서도 밤 시간을 즐긴다. 넓은 거실 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며 텃밭과 정원을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옛 생각에 잠길 때면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진다.

글 변지임 기자 사진 백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