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대안모색 토론회-행정특별시 제시
청와대·외교부처 뺀 행정특별시 제시
서울-부산-광주 3극체제 개발론

대한국토, 도시계획학회와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주최로 열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신행정수도 대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전문가들이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후속 대안 마련에 나섰다.

#제1분과 발표 및 토론
신행정수도후속대책의 일환으로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는 서울에 남되, 나머지 행정부처는 연기·공주로 이전해 두 개의 행정특별시를 건설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는 29일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및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주최로 열린 신행정수도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서울과 연기·공주에 두 개의 행정특별시가 들어서는 2극형 수도유형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위헌 판결 이후 신행정수도 후속 대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학계전문가 18명이 발표와 토론자로 나와 의견을 개진한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대안 모색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날 1분과 토론을 맡은 권 교수는 "청와대를 옮기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개헌을 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극히 어렵다"며 "따라서 청와대를 비롯한 외교·안보 부처는 서울에 남기고, 나머지 행정부처는 당초 신행정수도 예정지로 선정된 연기·공주로 이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독일이 베를린과 본 등 두 곳의 도시에 행정수도를 설치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서울에 있으면 외국 공관들도 함께 남게 되며,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한국의 국가적 이미지와 기능성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반도의 방위체계는 대통령이 집무하는 수도권을 매우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따라서 현재의 방위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된다"며 "물론 행정수도 후보지로 선정됐던 연기·공주 지역은 새로운 방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권 교수는 이외에도 정부 산하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전국에 혁신도시를 세우는 혁신도시 건설 방안, 수도권은 물류·금융·정보화·국제비즈니스 기능으로 강화하되 비수도권은 인구유발효과가 큰 제조업 기능을 갖는 수도권 기능변환 등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모색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연기·공주의 토지 매입문제와 관련 "행정수도 이전을 전제로 벌어진 여러 형태의 토지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충청도 주민의 고통은 국가가 당연히 해결해 줘야 하는 책무"라며 "후보지로 정해졌던 연기·공주의 2160만평은 국가에서 매입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1분과 두번 째 토론자로 나선 윤철현 동아대 교수는 “현 국토구조를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균형적 구조로 체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 국토구조의 거시적 틀은 수도권을 정점으로 해 부산권과 광주권이 양 극단을 이루는 수직축의 개발패턴"이라며 "이같은 구조에서는 양대 축을 따라 성장요소가 수도권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따라서 "국토의 균형발전은 서울, 부산, 광주가 상호 연결된 3극 체계화를 이뤄야만 하는데, 지금까지 단절돼온 부산·광주 간에 이르는 남부 연안지역 전체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개발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어 “이 같은 3극 체계를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특화된 행정도시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의 서울의 수도기능에서 행정기능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행정중심도시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이양재 원광대 교수는 “후속대안으로 특별행정도시를 건설하는데 찬성한다”며 “다만 충청권을 달래기 위한 정책이라는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창수 경원대 교수는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지금도 유효하다”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국가가 골고루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행정수도와 비슷한 성격의 행정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중추관리기능을 지금과 같이 수도권에 두는 것은 수도권을 오히려 더 과밀하게 만들게 된다”며 “수도권에 모든 것이 몰려있는 상태에서는 지방에 남아 있는 기능마저 수도권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완기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사무국장은 “중앙부처를 중심으로 한 중추관리기능 이전은 여전히 그대로 검토돼야 한다”며 “만약 차질이 생긴다면 수도권 규제완화 계획도 재검토하지 않으면 수도권 과밀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희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계획설계 연구부장은 "지자체가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지 않는 한 국토 균형발전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재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2분과 발표 및 토론
“특별행정시 법적 지위 위한 특별법 제정해야”

특별행정시 건설을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효력이 정지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대안으로 ‘특별행정시의 건설 및 지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및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주최로 열린 신행정수도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2분과 토론자로 나선 류중석 중앙대 교수는 “신행정수도 대안으로 국가중추행정기능이 입지한 특별행정시를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에 대한 법적인 지위 부여를 위해 특별법 제정을 주장했다.

류 교수는 “위헌판결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완화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신행정수도건설’의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다만 비합리성·불확실성이 많아 논란이 된 '수도' 개념이 탈각한 새로운 대체 정책개념의 '특별행정시 건설'이 가장 적합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의 주장은 1분과에서 발표자로 나선 권용우 교수의 행정특별시 개념과 비슷하며 다만, 중추행정기능과의 시너지를 이용해 교육·문화·정보기능을 집적시켜 국토 신중심을 형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새롭게 제기했다.
류 교수는 또 “신행정수도 건설과 연계해 추진돼 온 수도권 규제완화 계획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특별행정시의 기능, 여타 지역들간의 역할 분담, 상생전략 등 명확한 청사진이 있어야 소모적 논쟁이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신행정수도 무산에 따른 충청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구 40만명, 면적 1500만평 규모의 `복합형 교육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이 교육도시에 서울대와 교육인적자원부, 과학기술부, 수도권 소재 국책연구소 등을 집단이전하면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신행정수도 건설 무산에 따른 충청권의 피해를 그냥 두게 되면 또 다른 지역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새로운 대안은 국가재정이 과다하게 투입되지 않으면서 후보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복합형 교육도시는 행정특별시 건설안 보다 재정부담이 훨씬 적으면서 수도권 인구분산 효과는 더 높고, 특별법이라는 별도의 입법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실현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2분과 토론자로 나선 강병주 한남대 교수는 “헌재의 위헌판결은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의 절차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것이지, 균형발전이라는 원래의 내용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며 “따라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또 “행정기관이 집중된 행정도시를 건설하되, 충청권 4개 국립대학을 하나로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위헌소지가 없는 선에서 큰 규모로 행정도시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기헌 충청대 교수는 “충청권 주민들은 국회에서 87%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통과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헌재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은 이유를 현재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기득권층의 아집으로 지방 분권화 정책이 추진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현수 중부대 교수는 “수도권에 권력과 기능이 집중된 상태에서 과연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과 가능한 한 가까운 대안을 마련해 권력과 기능을 분산시키는 것이 균형발전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