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은 연말연시 숙취해소 어떻게 했나
농진청-술 다스리는 지혜 '규합총서의 전통생활기술집’ 발간

12월을 맞아 이런 저런 송년모임이 줄을 잇고 있다. 송년회 자리는 자연스레 술자리로 이어지고 마침내는 술에 취해 뒤풀이 거리를 제공하는 지인들이 꼭 있게 마련이다. 더구나 술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이같은 자리에 참석했을 경우 술에 취하지 않고 잘 깨는 비법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개발연구소가 술에 취하지 않고 잘 깨는 비법과 더불어 술로 인한 체력 및 건강저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 내놓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술과 가깝게 지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조상과 어른을 섬기고, 남성을 우대하며 의례를 중시하는 유교적 사상에서 술이란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음식이었고, 각 집안마다 술법(酒方文)을 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규합총서
농촌자원개발연구소가 발간한 ‘규합총서의 전통생활기술집’은 우리 조상들이 술을 다스리는 실용적 지혜를 바탕으로 저술한 ‘규합총서’(빙허각 이씨, 1809년)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중에는 ‘신선불취단(神仙不醉丹)’, ‘만배불취단(萬盃不醉丹)’, ‘취향보설(醉鄕寶屑)’, ‘유황배법(硫黃盃法)’ 등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신선불취단’
갈화ㆍ갈근ㆍ백복령 등 16가지 약재를 가루로 만들어 꿀에 개어 콩알만하게 만든 것으로 한 알을 더운 술에 씹어 삼키면 1알에 10잔을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고 전한다.
‘만배불취단’
은행육ㆍ녹두화ㆍ진피ㆍ완두꽃 등 15가지 약재로 오동씨 크기의 환을 지어 술 마시고 반 정도 취한 뒤 1알을 삼키면 술기운이 스스로 풀린다고 한다.
‘취향보설’
백두구ㆍ정향ㆍ백약전ㆍ모과 등 8가지 약재를 갈아 더운 물에 먹여 취한 자를 즉시 깨게 하는 방법이다.
‘유황배법’
호도ㆍ석류황ㆍ 백반ㆍ주사ㆍ포도ㆍ속새나무 줄기로 만든 술로 매일 아침 더운 술을 부어 2잔씩 먹으면 풍담(風痰), 백병(百病)이 다 낫는다고 술을 약으로 쓰는 방법이다.

‘규합총서의 전통생활기술집’에는 또 술을 마시고 나서 금식해야 할 것과 술이 깨고 상쾌해지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우선 술 마시고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은
△막걸리 먹고 국수를 먹으면 기운구멍(氣孔)이 막히고
△술 마신 뒤 몹시 목이 마르더라도 찬물을 먹지 말아야 하며
△찬 기운이 방광에 들어가면 수종ㆍ치질ㆍ소갈증이 생긴다고 전한다.
또 홍시, 황률, 살구, 버찌, 조기 등의 음식이 상극이니 먹으면 안 된다.

한편 술이 깨고 취하지 않는 법은
△밀실 안에서 뜨거운 물로 세수하고, 머리를 수십 번 빗질하면 깨고
△소금으로 이를 닦고 더운 물로 양치질하면 3번만 해도 상쾌해 진다고 한다.

문의, 농업과학기술원 김미희연구사<031-299-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