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은 사시사철 각기 다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봄, 여름은 싱그러운 꽃과 나무가 생기를 불어넣고, 가을은 고운 물감으로 채색한 듯한 폭의 풍경화를 펼쳐 놓는다. 하지만 한옥 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겨울에 있다. 자연에 물들지 않은 한옥 본연의 모습을 호젓이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출간된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은 한옥연구가인 이상현 씨가 지난 2년 동안 전국 곳곳의 한옥을 여행하며 인상 깊고 개성 넘쳤던 24곳을 선정해 소개한다. 한옥에 얽힌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가가 느낀 한옥의 깊은 매력을 전달한다.
한옥은 그 안에서 생활해 온 사람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살림집으로서의 한옥 17채 중 꽃담이 아름다운 여경구 가옥, 사랑채는 기와지붕이지만 안채는 초가지붕인 최태하 가옥, 몬드리안 그림을 연상시키는 벽면을 가진 이용욱 가옥, 미로 같은 내부의 향단, 한옥으로 지어진 성공회강화성당 등 책에 등장하는 한옥들은 각자 다른 색깔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집, 한옥. 그곳에 가면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여유와 집이 가지는 즐거움을 동시에 찾아 준다.

이상현 | 시공아트 | 448쪽 |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