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책 발표라고요? …“신뢰가 없어 약발 없어요”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및 투기지역 해제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 위기 극복 종합대책’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시장은 냉담하다.
정책이 발표되기 전부터 내용들이 이미 시장으로 흘러나와 수요자들을 자극했으나 몇몇 곳에서 호가만 올라갔을 뿐 오히려 시장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10월 마지막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평균매매가 변동률은 -1.46%(3,083만→3,296만원)이며, 강남 4구 재건축 아파트는 -1.58%(3,350만→3,296만원)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남구 -1.89%(4,266만→4,185만원)
▷서초구 -0.75%(3,061만→3,038만원)
▷송파구 -2.41%(2,965만→2,894만원)
▷ 강동구 -1.20%(2,766만→2,733만원)
으로 나타났다.

이번 정책과 관련해 부동산뱅크 김용진 본부장은 “재건축 추진에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소형평형 의무비율이 완화됨에 따라 조합원들이 재건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또한 임대주택의무비율도 완화돼 변동성이 가장 큰 재건축 시장의 하락 세가 단기적으로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락폭이 컸던 잠실주공 5단지를 비롯해 대치동 은마•개포주공 저층 단지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이며, 용적률 상향 조정에 따라 재건축 사업단계 중 관리처분계획 이전에 있는 단지들도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개발이익환수조치에 변함이 없어 지속적인 가격 상승 탄력을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 본부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지금 ‘선택’을 강요 받고 있는 입장이라 1∼2인 가구 추세를 감안하면 소형주택의무비율을 줄일 수 없지만 재건축 추진을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하는 만큼 소형평형 공급에 관한한 ‘엇박자’라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조합 및 건설사 입장에서는 재건축 사업성 개선을 위해 85㎡를 40%로 지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번 조치로 지자체의 조례가 변수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전했다.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관련해서 부동산뱅크 김용진 본부장은 “용인•분당 등 가격이 급락해 있는 지역 중심으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고금리가 여전하기 때문에 대출금리 인하가 가시화 되지 않을 경우 직접적인 매수세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또한 김 본부장은 “금리가 인하돼야만 늘어난 한도만큼 대출 원리금 감소효과가 발생돼 수요층이 형성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는데다 가처분소득 중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해제조치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번 정책을 정리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인근 K공인중개사는 “매수자들의 문의 전화는 오고 있으나 매물이 다시 회수 되고 있어 거래가 안되고 있다. 시장이 죽어 있으니까 이번 규제 완화로 현재보다는 거래가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시장은 해결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C공인중개사는 “급급매물로 거래됐던 주공아파트 7평이 3억 9천만원이었는데, 지금은 주인들이 4억 2천만∼3천만원 부르고 있다. 반면, 매수자들은 3억 5천만원 정도에 사겠다고 해서, 거래가 안되고 있다. 규제 완화가 장기적으로 호재이기는 하나 투지지역에서 해제가 안돼 강남은 크게 혜택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K부동산은 “매도자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로 매물을 회수하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로 시장이 강보합세를 보일 것 같다. 그러나 과거처럼 크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떨어지는 것은 멈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인근 G공인중개사는 “5천만원씩 호가가 오른 상황이다. 매수 문의는 오고 있으나 거래는 안되고 있다. 이번 발표로 인해 재건축 단지들은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여겨져 기존 매물들은 가격이 조금씩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불안 등으로 매수세는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주공 K공인은 “MB정부의 특성이 찔끔찔끔 정책이다 보니 웬만한 수요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분명 ‘규제 완화’라는 호재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선하지가 않다. 이제 시장은 MB정부의 이런 행동에 면역이 돼서인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정책 발표를 한다고 했던 지난 한 주 동안에도 전화 문의가 별로 없는 것을 보면 수요자들이 지갑을 꽉 닫고 있는 상황이란걸 알 수 있다. 대치동•도곡동 쪽은 급급매물을 중심으로 다시 매수 문의가 있다고 하던데 서초구는 아직까지 조용한 편이다”라 말했다.

강동구 고덕주공 M공인은 “급급매물이 1∼2개 나와 있기는 하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 발표와는 아무 상관없이 여전히 거래가 안되고 있다. 실물 경제 전체가 바닥이라 재건축 등의 규제를 일부 푼다고 해서 다시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 되는 것은 아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에 많으면 수십통 걸려오던 문의 전화가 올 초부터는 급격하게 줄어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양도소득세를 완화해 돈 있는 사람이라도 돈을 풀게 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신경희 팀장 skh565@neo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