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저 집은 식구가 많은 집인가 보다. 저렇게 큰 집을 짓는 걸 보면…….”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 만큼 집을 크게 짓는 것을 흔히 본다. 온 식구가 다 와서 살 것처럼 2층에 60평 정도로 짓는 사람들을 보는데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달라서 거의가 전용면적專用面積이란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얼마나 큰지 80평형 아파트를 상상해 보자. 커도 너무 크지 않은가. 전원주택일수록 더욱 더 그렇다. 전원주택은 대개 두 식구가 사는 경우가 많다. 전원에서 오래 살려다 보니 집을 크게 계획한 것은 이해가 간다. 처음에는 같이 오겠다던 큰아들네가 아이들 교육 핑계삼아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따라오지 않았고, 둘째아들은 애당초 그냥 별장처럼 쓸 생각이었으니까. 결국 노부부만 내려오게 된 경우다. 또 다른 이유는 건폐율이나 용적률을 맞추어 건축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면적이 늘어난 경우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처음에는 친지나 친척들의 발길이 잦았으나 1년쯤 지나면서 뜸해진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그 큰 집에는 머리가 허연 양주兩主만 덩그렇게 남는다.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그래서인지 벽에는 커다란 거북이 껍데기며 호랑이 가죽까지 와서 살고, 커다란 어항에는 눈이 툭 불거진 붕어 몇 마리도 지느러미를 흔들며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 심지어는 청둥오리의 박제까지도 함께 산다. 그래도 쓸쓸할 것 같은 노부부를 달래려 멍멍이 몇 마리가 털을 휘날리며 발에 채이면서까지 자식 노릇을 대신하고 있다. 여기에서 ‘달팽이 집(껍데기)’을 한번 생각해 보자. 달팽이 집이 달팽이 알맹이보다 더 크면 어떻게 되겠는가? 먹잇감을 찾아 움직이기도 버거울뿐더러 다른 놈이 들어와 실례도 하고 하물며 아예 둥지까지 트는 놈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 그 달팽이한테는 지금의 그 집이 꼭 맞는 집이다. 이처럼 하찮은 미물微物마저도 과욕을 부리지 않거늘…우리도 달팽이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식구가 많은 가족이라면 몰라도 집은 너무 커서는 안 된다는 말을 몇 번이고 강조하고 싶다. 그 많은 일을 누가 감당하겠는가! 며칠만 그냥 두어 보라. 집 꼴이 어떻게 되는가를…실내는 실내대로 밖은 밖대로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잔디는 수북하게 자라 있고, 잡초는 잔디보다 더 잘 자란다. 2층에는 언제 올라갔는지 먼지만 켜켜이 쌓여 청소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여기에 겨울철 난방비는 왜, 그리 많이 드는지. 난방을 안 하면 배관配管이 얼어 터질까 염려스러워 안 할 수조차 없다. 아, 너무 큰 집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양정일(한국전원부동산컨설팅, kofa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