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에게 다가구주택이 인기다. 건축주 본인이 거주할 한 개 층을 제외한 나머지를 전세나 월세를 놓아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가구주택이 최근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고 있다. 운중동 판교신도시에 선보인 한선화(55세) 씨의 215.6㎡(65.3평) 복층 철근콘크리트주택이 이런 사례다.
다가구주택이란 19세대 이하가 거주하는 단독주택 일종으로 지하층을 제외한 주택 전체 층수가 3층 이하이고 바닥 면적의 합(연면적)이 660㎡(200평) 이하인 주택을 말한다. 1990년대 정부가 도시 주택난 완화를 위해 도입한 주택 형태인데 통계조사에서는 다가구주택을 여러 가구가 살 수 있도록 건축된 주택으로서 구획마다 방, 부엌, 출입구, 화장실이 갖춰져 한 가구씩 독립해 생활할 수 있으나 각 구획을 분리해 소유하거나 매매가 불가능한 주택으로 정의한다. 아파트 시장이 활황을 이루던 시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다가구 주택이 신도시 개발과 함께 최근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자 이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주택 마련 기대감이 낮아지고 가계 부채 부담으로 주택 구매 심리가 위축되면서 아파트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자 다가구주택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건축주가 거주할 한 개 층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전세나 월세로 돌려 짭짤한 부수입을 얻을 수 있으며 여기에 더해 최근 들어선 다가구주택은 깔끔한 인테리어와 아파트 못지않은 편리함으로 신혼부부를 포함한 젊은 층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신도시 주거전용지역 다가구주택은 인근에 각종 교육, 생활, 의료 시설이 들어서 있어 치솟은 아파트 전월세 값으로 갈 곳 잃은 수요를 대체하기에 손색없다.
완공과 동시에 임대 완료 운중동 판교신도시에 들어선 한선화 씨의 215.6㎡(65.3평) 복층 다가구주택이 전형적인 사례다. 2월 입주한 한선화 씨는 완공과 동시에 1층 전세 계약을 완료했는데 이에 대해 그는 "전세 수요가 워낙 많아 임차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어요. 아파트보다 값은 저렴하면서 그에 못지않게 깔끔하고 안락한 시설을 제공하거든요. 임차인도 내부를 둘러보고는 아주 만족해 했어요"라고 말했다. 한편 시공을 맡은 신영종합건설 최길찬 대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베이비붐 세대에게 최근 몇 년간 다가구주택이나 상가주택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지요. 이곳 판교신도시만 하더라도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인근 부동산 업체에서 먼저 찾아와 계약을 하자고 하니까요. 판교신도시에 20여 채의 다가구, 상가주택을 지었는데 대부분이 완공과 동시에 임대가 완료됐어요. 아파트 시장 불황이 지속되고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2 대안으로 다가구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대지는 231.0㎡(70.0평)에 불과하나 법정 건폐율 50%, 용적률 80%(+인센티브 20%)를 적용해 연면적이 215.6㎡(65.3평)로 나왔다. 1층이 106.9㎡(32.4평), 2층이 108.7㎡(32.9평)로 거주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규모다. 한선화 씨는 1, 2층 모두 동일한 친환경 자재로 마감함으로써 임차인을 배려했는데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아파트를 떠나 단독주택에 온 사람에게 건강한 거주 환경을 제공하기 싶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1층 주방 앞에 전면 창을 설치하고 그 앞으로 발코니를 놓고 키 높은 자작나무를 심었다. 내부에서 조금이라도 자연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수도권에 좀 벗어난 곳으로 내려갈까 생각도 했었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 쉽지가 않더라고요. 대안으로 생각한 게 신도시 주거전용지역이었지요. 나처럼 분당 시내에서 판교로 넘어오는 이들이 꽤 많은데 주변 환경이 좋거든요. 각종 편의 시설이 다 있고 분당에 비해 조용하고 공기가 맑아 판교신도시를 선호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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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아파트 시세를 좌지우지하던 강남 지역 재건축 시장이 깊은 늪에 빠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이 떨어지는데 몇 년 전 "아파트로 돈을 벌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말하던 한 부동산 전문가의 말이 떠오른다. 이와 반대로 단독주택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판교신도시는 지금도 다가구, 상가주택이 끊임없이 들어서고 있다. 은퇴자들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면서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에 단독주택과 상가를 결합한 이들의 인기몰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